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동생들을 덕질하며
립제이 모니카 리정 아이키 가비 리안
요즘 이 이름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Mnet에서 하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라는 춤 경연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이름이다. 사실 대부분은 사람들이 몰랐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명된 분들이다. 춤이라는 분야에서 서로 경쟁자이지만 응원하며 미션 하나하나를 해나가는 모습들이 기가 막히다. 물론 편집이나 효과들도 엄청 자극적이다. Mnet 참 잘한다. 요즘 나는 남는 시간 대부분을 이 분들의 영상을 찾아보는 데 쓰고 있다. 방송영상은 물론이고 이분들의 SNS도 돌아보고, 예전에 만들었던 영상들도 쭉 훑어본다. 출연진들이 많아서 그런지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소위 말하는 스우파 과몰입 증상 초기다.
이분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리지만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꾸준히 해왔고 그걸로 성과도 이뤄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프로그램으로 이슈화되지 않는 한 사실 아티스트의 뒤에서 일해야 했던 그들이 유명세나 돈과 같은 대가가 아니라 그냥 이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실이 참 멋있게 느껴진다.
내 인생의 키워드는 '승부욕'이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다는 결핍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나름 꽤 잘하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서울대에 가는 게 목표였다. 내신은 좋았지만 수능 점수가 낮았던 나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고3 때 공부하는 게 사실 괴로웠다. 체력관리도 잘 못했다. 사라졌던 아토피 증상이 다시 생길 정도였다. 대학에 가서 반수나 재수를 해야 하나 생각은 했지만 그 과정을 또다시 겪고 싶지가 않았다.
대학시절 나를 괴롭혔던 건 고등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잘 못했던 친구들보다 좋은 대학을 못 갔다는 생각이었다. 그놈의 승부욕,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기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잘나고 싶은 마음에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한 3년쯤 공부를 했을까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됐다. 그 당시에 고시촌에 좀비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저렇게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딱 접고 복학을 했다.
복학한 뒤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다. 인턴경험도 쌓고 이력서도 한 100군데 넣었다. 인문계 학과는 취업이 잘 안 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해도 해도 너무 심했다 싶었다. 당시에 정말 많은 곳에 지원했었는데 그중 딱 한 군데에서 나를 받아줬다. 그게 지금 회사다.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고시에 떨어져서 힘들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취업 준비하면서 면접만 보면 떨어지니까 좌절감에 학교 근처 자취방에서 이불을 싸매고 울었던 것도 생각났다. 그렇게 힘들게 취업을 했는데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사실 이 때도 내가 포기하면 지는 거라는 승부욕 때문에 버티지 않았나 싶다.
글을 쓰고 있는데 너무 웃긴다. 내 인생의 키워드가 '승부욕'이었다니.
언니들처럼 좀 살아봐야지
지금은 직장 생활에 큰 뜻은 없다. 승부욕을 발휘해서 잘해보려고 했으나 내 한계를 많이 느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동안 깨달을 기회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직장에서 나는 그저 내 역할을 잘하고 그 대가를 좀 더 후하게 받기를 바란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나면 회사에 다니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리라 다짐한다.
그런데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나오는 언니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 이 언니들이 과연 경제적 자유를 이뤘을까? 몇몇은 그럴 수도 있지만 대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밥벌이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들 마저도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자유는 돈이 아니라 그 자유를 선택하는 용기에서 나오는 거다.
'지금 당장 일을 때려치워야지'라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30분이 언젠가 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다 줄 거라 믿는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 선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