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된, 안 된, 덜 된

우리는 다 미완성이다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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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된 사람은 있어도 안 된 사람은 없는 거구나.


아이랑 함께 동화를 읽다 보면 "못된" 마녀나 야수들이 나온다. 여느 때처럼 동화를 읽거나 듣고 있다가 갑자기 "못되다"라는 단어에 꽂혔다. 누군가가 성격이 나쁘거나 행실이 나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못되었다"라고 정의하곤 한다. 그런데 이 말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말이다.


첫째, 안 된 게 아니라 못된 거다.

그 차이는 이렇다. 무언가를 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결과이다. 반면에 '못'되었다는 것은 그게 우리의 선택의 결과가 아닌 주변 환경이나 사람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라는 의미다. 결국 어떤 사람이 성미가 더럽거나 까다로울 때는 그 사람의 주변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람이 못되었다고 판단한다면 그 사람만을 깊이 미워할 게 아니라 환경 탓이었으려니 하고 애석한 마음을 한 구석에서는 품어보면 좋겠다.


둘째, 못된 것은 다 된 것이 아니다.

"못되다"의 말이 다행스러운 점은 그 말 자체로 미완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 되다"의 상대적 의미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성격은 아직 완성된 단계가 아니어서 '못'된 거다.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돌아서 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이는 말이다. 못된 사람을 만났다면, 혹은 나의 못된 점을 본다면 그 자체로 미워하거나 절망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아지려니 기대를 가져보면 어떨까.


찬찬히 살펴보면 매일 쓰는 말에 감춰진 의미가 많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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