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집 직원의 오해
우리 회사 근처에 복사집이 하나 있다. 보고를 할 때 한 번 씩 제본할 일이 생겨 방문하고는 하는데 갈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불친절한 직원이 나를 맞는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이렇게 대꾸한다.
"예~"
보통 복사집에 제본을 맡길 때는 곧바로 보고가 있던가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 일을 맡기고 나는 꼭 언제 마무리가 될지를 물어본다.
"혹시 언제까지 해주실 수 있어요?"
"아니 저 양이 언제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이따가 점심 먹고서나 가능해요."
퉁명스러운 말투다. 저 사람은 사장이 아닌 게 틀림없다. 사장이면 저렇게 손님이 뚝뚝 떨어질 말로 응대를 할 수는 없겠다. 심지어 작업할 양이 적어도 늘 느릿느릿 일을 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될 거라는 확답은 절대 해주지 않는다.
몇 번 이곳을 이용하면서 늘 답답함을 느꼈지만 가장 가까운 곳이 이곳이고 또 다른 곳을 찾는 수고를 들이기에는 이용 빈도가 낮아서 그대로 이용하고는 했다.
어느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제본할 일이 생겨 그 복사집엘 갔다. 또 그 직원을 보는 게 싫은 마음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는데 오늘은 그 직원이 안보였다. 대신 책임자처럼 보이는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 자리에 있었다.
"뭘 도와드릴까요?"
"아 네네. 요거 제본 좀 맡기려고요. 혹시 얼마 정도 걸릴까요?"
"아 이 정도는 금방이에요. 잠깐 여기서 기다리세요."
"오 네네. 감사합니다."
대답도 시원시원하다. 직원이랑 비교가 되어서인지 이 분의 친절이 더욱 돋보였다.
"혹시... 여기 사장님 되시나요?"
"아.. 네 그런데요!"
"여기 계신 직원 분 오늘은 안 계신가 봐요."
"아~네네. 잠깐 화장실 간 것 같은데 혹시 뭐 전할 말 있으세요?"
"아..."
사실 이 분이 사장님이라고 하면 직원이 근무태도가 너무 불성실하다고 고발하는 말을 해주려 했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는데 괜한 험담을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망설여졌다. 조금 망설이다 그냥 아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 아니에요."
"네네 금방 끝나긴 하는데 기다리기 지루하시면 다른 데 계시다 오셔도 돼요."
"네네"
이렇게 말하고는 나는 잠깐 나가서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불친절한 직원이 자리에 와 있었다. 사장이 내가 그 직원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는지 그 직원은 전과 전혀 다른 태도로 나를 대했다.
"담아드릴까요?"
퉁명스러운 직원이 갑자기 엄청나게 빠르고 친절하게 내 일을 봐주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제본한 책자를 버릴 때 스프링을 어떻게 떼어내면 편한지 요령을 손수 보여주기도 했다. 전에 없던 친정함과 자상함이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갑자기 변했을까? 사장이 있다고 이렇게 사람이 확 변할 수가 있나?
제본한 자료로 보고를 잘 마치고 잠깐 쉬는 참에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혹시 복사집 직원이 내가 본인을 좋아한다고 오해를 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긴 내가 그 직원이 없을 때 그 직원이 어디 갔는지 물어봤으니, 사랑고백을 하려고 그랬다고 오해했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득 '저 아줌마 나 좋아하나?' 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직원을 떠올리며 아이고 이걸 어떡하나 싶다가
'그렇게 생각하라지 뭐! 일만 빨리 해주면 장땡이지.'
하고는 허허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