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회사

일상생활은 누군가의 회사생활로 이뤄진 것이었다.

by 서이담
211027.jpg 그림: 서이담
우와 이거 진짜 맛있잖아? 내가 한 것보다 나은데?


마트에 갔다가 간편식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국 2+1 행사를 하길래 명품 국을 3개 샀다. 언제 이걸 먹나 하고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주에 내가 유독 바빴다. 마침 잘됐다 싶어 차돌 된장찌개에다가 마트에서 두부 한 모를 더 사 가지고 반만 썰어서 넣어 더 끓였더니 풍성한 한 끼 식사가 준비됐다. 그날 저녁 식사는 성공적이었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남편과 산책에 나섰다. 오늘 국 진짜 맛있었지?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집에서 편안하게 누리던 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회사생활로 만들어진 것 아닌가 하는. 내가 슈퍼에서 사는 두부 한 모, 글을 쓰는 컴퓨터, 저녁을 먹는 식탁과 의자, 가족과 함께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 모두 누군가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공장을 돌려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의 회사 생활을 소비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땀과 수고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어쩐지 눈물겨운 일상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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