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세계

내가 모르는, 그리고 더 넓어질 그곳

by 서이담

(이 글에는 겨울왕국 2 스포가 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11214.jpg 그림: 서이담

주말에는 종종 가족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가족영화란 우리 부부도 재미있어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나 전체관람가의 영화를 뜻하는데, 이번 주에는 특별히 겨울왕국 2를 다운로드하여 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 모두 보지 않았던 애니메이션인데 평이 좋아서 기대가 컸다. 거실과 부엌 불을 모두 끄고, 커튼을 친 뒤 다운로드한 유튜브 재생 목록을 켰다.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약간 유령 소리 같은 목소리가 영화 초반부터 계속 나왔다. 엘사가 이 목소리에 반응을 하고 비밀의 숲으로 가게 되는 계기인데 이걸 듣던 아들이 이런 소리를 했다.


"이건 엘사 엄마 목소리야!"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던 나는 아들이 이상한 소리를 다 한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이 말을 넘겼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우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유령 목소리처럼 들렸던 그 목소리가 정말 엘사 엄마인 여왕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즉, 아들이 우리에게 계속 영화 스포를 했던 것이다.


이럴 수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재민아, 너 이 영화 어린이집에서 봤어?"


"응~어린이집에서 봤어."


그랬다. 아이는 이 영화를 어린이집에서 미리 보고 이미 줄거리를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르는 건 오히려 우리였다.


다음날이었다. 남편이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 준답시고 당근 마켓에서 보드게임을 하나 구입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남편과 나는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을 가지러 갔다.


"아빠가 오늘 재밌는 게임을 살 거야~"


"무슨 게임?"


"응~펭귄이 나오는 게임이야."


"아~그거! 어린이집에도 있어. 펭귄이 떨어지면 지는 거야."


우리는 룰도 몰랐고 한 번 해본 적도 없는 게임이었는데, 아들은 이미 몇 번 씩이나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해 본 게임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아이의 반응이 크지 않아서 남편이 살짝 실망을 했었는데, 문득 어제 일과 오늘의 일이 오버랩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아들의 세계가 생겼다. 그리고 그 세계는 점점 넓어지겠지.'


아들이 내가 모르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 그게 아주 당연하게 여겨질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더 나중에는 마치 스마트폰 사용법을 모르는 할머니를 내가 도와드려야 했던 것처럼 내가 아들에게 의지해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아득하고 핑 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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