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며
지난주 남편의 외조부님이 돌아가셨다.
93세라는 나이도 나이이고, 꽤 많은 시간 동안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족들 간의 동요가 거의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장례를 치렀다. 예상을 했다고 해서 상실의 슬픔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화장터에서, 장지에서 가족들은 여지없이 곡을 했고 슬퍼했다. 한 다리 건너서 바라봐서 그런지 나는 이 모든 과정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할아버지는 정말 좋은 인생을 사셨구나 싶었다. 자식들 여럿이 부모의 마지막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이 참 따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부모는 자식이 세상이 나올 때까지 꽤 오랫동안을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에 나와 제 힘으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자식을 보살핀다. 이 모든 과정이 자식을 이 세상으로 마중하는 일일 것이다. 그 정성과 사랑으로 어린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은 자라서 어른이 된다. 그리고 어느덧 노인이 된 그들의 부모는 자식의 배웅으로 저 세상으로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식들이 정성과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핀다. 이게 어쩌면 사람의 이치가 아닐까.
내리사랑이라고 했다. 아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만 해도 그러니까. 하지만 난 봤다. 자식이 부모를 따뜻하게 배웅하는 모습을. 그 모습을 봐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