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귀여움

사랑의 지속가능한 형태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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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불쌍해 보이면 평생 잘 살 수 있어.


엄마가 아빠랑 결혼을 하려고 할 때 아빠가 안쓰러워 보였다고 했다. 엄마는 "연민"의 마음이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끈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설렘'이나 '강렬한 유혹', '분에 넘치는 행복' 같은 것들을 사랑이라고 했는데 현실에서의 사랑이란 고작 '연민'이라니. 실망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말이 언제나 그랬듯 그건 진실이었다. 엄마의 말에 따라 나는 남자 친구였을 때의 남편이 안쓰럽다고 생각했고, 곧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제 남자 친구가 남편이 되겠구나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그가 안쓰러웠기 때문에 잘해주고 싶었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싶었다. 물론 사람 됨됨이가 좋았기 때문에 결혼을 했지만 그가 동화 속 왕자님처럼 모든 어려움을 혼자서 잘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마음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잘생기고 멋있기보단 귀여웠다. 생각해보면 '귀여움' 또한 '연민'처럼 사람의 본능에 자리 잡은 아주 강력한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귀엽게 생긴 것이 그 생존에 유리한 것처럼 말이다. 귀여우면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싶고, 더 먹여주고 싶은 게 사람의 생리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귀엽다는 건 여러모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가 중학생이었던가. 한문 선생님이 '사람 인(人)' 글자를 가르쳐 주시면서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한자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응응" 하면서도 대충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지금에 와서야 많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보듬어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오래가는 감정이 귀여움과 연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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