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대며 밥상을 차리는 아낙네의 일기
밥 먹어~
장염에 걸려 몸이 아파 회사도 가지 못할 정도였던 아낙네 하나.
정작 자신은 밥을 먹지도 못하는데 혹여나 밥 차릴 줄 모르는 남편이 굶을까 남편 밥을 차려낸다. 만들어두었던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스팸을 반듯하게 잘라 바싹하게 굽는다. 다른 반찬으로는 김과 김치를 담아낸다. 개미만 한 소리로 남편을 부르고서는 방으로 들어가서 또 눕는다.
조금 속이 좋아져서 이제는 흰 죽 정도는 먹을만하다. 남편과 함께 죽 가게에 가서 흰 죽을 하나 사고, 남편도 하나 고르라고 했는데 자기는 배가 불러서 뭘 먹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다. 남의 속도 모르고. 아낙네는 남편 밥을 굶길까 걱정하는 자기 속도 몰라주는 남편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애써 짜증을 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다.
역시나 자신만 죽을 먹는 게 마음에 걸린 이 아낙네는 다시 밥을 차린다. 속은 조금 부글부글 끓는다. 아침보다는 조금 덜 정성스럽게 점심밥을 차린다. 배불러서 밥을 안 먹겠다던 남편은 차려준 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밥을 보니 식욕이 돌았는지 또 밥을 맛있게 먹는다. 그 모습이 괘씸하면서도 한편 안심이 된다.
저녁에 사소한 것으로 투닥거리던 아낙은 결국 한 마디를 빽 내지른다.
나 아프다니까!
그리고 방에 들어갔다가 몇 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나와서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나 오늘 힘들다고~ 근데 내가 오늘도 밥도 다 차렸잖아! 왜 당신 생각만 하냐고!"
생각해보면 남편은 밥을 차리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아낙은 남편 밥 굶기기가 싫었다. 아프고 힘든 것보다 그게 더 마음에 걸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밥을 짓고 먹이는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 일을 놓치기 싫었나 보다.
서운하고 섭섭했던 마음을 토로하는 아낙을 본 남편은 이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으이구~ 눈치는 없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다.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고 잘 해낸 이 아낙에게 박수를 보낸다.
잘했다. 서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