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으로 시댁에서 인싸가 됐다

가성비 갑 효도

by 서이담
220210.jpg

남편과 아이와 함께 명절이면 시외할머니 댁에 꼭 간다. 대식구이고 식구들 간에 사이가 좋아 늘 와글와글한 집이라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발걸음은 늘 가볍다. 여러 사람들끼리 모여 음식도 나누고 이야기가 끊임이 없다. 이야기의 주제는 대중이 없다. 전 부치는 이야기부터 생활 꿀팁까지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그날은 가습기 이야기를 하다가 경상도에서 오셨던 시외숙모님이 집에 가습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손주들이 집에 올 때마다 콜록콜록거린다는데 본인들은 필요성을 잘 못 느끼셔서 구매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날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다.


‘인터넷으로 사면 얼마 안 하는데 그냥 하나 보내드릴까?’


좋은 일은 생각나는 대로 바로 실행하자는 생각이 들어 시외삼촌 내외분이 집으로 돌아가신 뒤 바로 쇼핑 어플을 뒤져봤다. 3~4만 원 정도로 평이 괜찮은 가습기 하나를 살 수 있었다. 예전에 시외삼촌 댁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에 등록된 주소를 입력하고 제품 배송을 시켰다. 혹시 가습기가 잘못 왔다고 생각하실지 모르니 남편에게 며칠 뒤에 가습기가 하나 갈 거라고 외삼촌께 문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내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이~나 외삼촌이야.”


“(잠깐 얼떨떨하다가)아! 네!”


“아니 뭘 이런 걸 보냈어 그래”


“별거 아니에요~저희가 맨날 농사지으신 과일 거저 얻어먹는데 비하면 너무 약소하죠.”


“에구 고마워~ 잘 쓸게!”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시외삼촌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다.


“아니 그 가습기 잘 도착했어!”


“아이고 뭘 또 전화까지 주셨어요.”


“고마워~~”


“아이고 아니에요. 별로 비싸지도 않아요. 사용법은 어렵지 않으세요?”


“응~설명서 뒤져가면서 하니까 쉽더라고~”


“다행이에요~”


별거 아닌 선물이었는데 이렇게 감사 표시를 해주시니 내가 더 감사했다.


또 며칠 뒤 시어머님께 연락이 왔다.


“오늘 큰외삼촌이 우리 집에 들렀다 가셨어~ 그런데 네가 가습기를 선물했다고 엄청 감동받았다고 하시더라고!”


“아이고 저한테 전화까지 주셨는데 어머님한테도 이야기를 하셨구나.”


이제는 살짝 민망하기까지 했지만 사실 기분이 참 좋았다. 이렇게 여러 번 여러 사람에게 말씀하시는 것까지를 바라는 건 물론 아니었지만 이 소식을 듣고 시어머님이 참 기뻐하셨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면 이런 곳에 써야 하는 것일까. 쓴 돈은 겨우 3만 원인데 300만 원짜리 비싼 물건을 손에 쥔 것보다 훨씬 행복해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따뜻한 밥에 매콤한 성깔 반찬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