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 건 다 해!

맞벌이가 아니면 결혼을 못한다던 남편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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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만둘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내 직장 생활 중에 몇 번의 고비를 겪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신중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만 기다리자."


(몇 달 뒤)


"새로운 사람 들어왔으니까 이제 그만둘래."


"업무 분장 다시 되었으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몇 년 뒤)


"일이 너무 지겨워... 나 그만둘래."


"한 번 옮겨보고선 기다려보자."


이렇게 고비마다 신기하게도 솟아날 구멍들이 생겼고, 남편은 이 구멍들을 놓치지 않고 내게 역제안을 해왔다. 나도 물론 고비마다 솟아난 구멍에 코를 박아가며 숨을 쉬듯 회사를 다녔다. 결혼 전에도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담이가 직장을 다니지 않았으면 난 결혼을 안 했을 수도 있어.


이 말이 당시에 내게 큰 충격이었다. 남편의 말이 내가 돈을 벌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걸로 들렸다. 사랑을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 그게 내 남편이었다. 느낌이나 감만으로 아주 큰 일도 쉽게 결정하는 나와는 달랐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던 남편의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적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남편이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했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요. 난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응원해요.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응원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말이 내게 큰 숙제를 안겨줬다. 반대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제 내가 스스로 찬성과 반대 입장이 되어서 여러 경우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근 몇 달이 넘도록 고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참 감사하고 힘이 됐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모두 지지해줄 것이라는 말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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