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짜리 책상과 26만 원짜리 책상

모든 가격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by 서이담

남편 서재를 꾸며주려고 마음을 먹은 후 책상과 의자, 서재를 구성할만한 것들을 인터넷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정말 값싸고 좋은 물건들이 많아 보였다. 책상을 놓을 자리를 줄자로 재본 후에 우리는 적당한 크기의 3만 원짜리 책상을 골랐다.


“진짜 싸다.”


“나중에 아이 크면 다시 바꿔야 하니까 그냥 저렴한 걸로 하자.”


“그러자.”


그러고 나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책상이 오지 않았다. 다시 구매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해외배송 건이란다. 이 말인즉슨 중국에서 배를 타고 오고 있다는 거다.


‘좀 더 알아보고 살걸…’


후회는 했지만 이미 결제를 해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했다. 거의 2주가 다 되어서야 책상이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했어!!”


포장은 꼼꼼하게 잘 되어 있었다. 합판으로 만들어진 책상이라 나무 무늬였던 다리 부분이 시트지로 조악하게 마감이 되어 있었는데 시트지 색상이 꼭 옛날 집 장판 색상처럼 누랬다.


“으으… 너무 싫다.”


그렇지만 가격이 3만 원이니 그냥 써보기로 하고 뚝딱 조립을 했다. 조립은 쉬웠다. 책상을 바로 세우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 난 경악했다. 키보드를 한 자 한 자 두드릴 때마다 책상이 사정없이 흔들렸던 것이다.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이럴 수가 있나.”


심각했다. 책상에 흠집이 난다던가 하는 문제와는 달랐다. 이건 책상의 목적 자체에 의문을 품게 하는 결함이었기 때문이다. 재빨리 상품 구매처에 문의를 넣었다. 상품 구매처는 워낙 저렴한 상품이니 만약 하자가 아니라고 밝혀지게 될 경우 우리가 배송비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을 해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건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쓸 수가 없는 책상이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쓸 거 같습니다. 반품을 원해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며칠 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나는 가구를 직접 보러 가기로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이케아로 갔다. 이케아를 좋아하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내걸 사는 쇼핑도 피곤해하는 나는 쇼룸을 보는 것 자체가 매우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구는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를 대동하고 이케아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원목 책상을 찾았다. 크기와 폭도 적당하고, 전선을 보관할 장소도 있었다. 이거다 이거! 근데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조립식인데도 26만 원이나 했으니까.


원목이라 그런지 책상 패키지가 상당히 무거웠다. 다행히 차에 실릴 크기라서 나와 남편이 힘을 모아 차에 실어서는 집으로 낑낑대며 가지고 왔다. 그 시간이 한 저녁 9시 정도가 되었으려나. 그 이후부터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우리는 책상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앞 뒤를 구분 못하기도 하고, 경첩을 잘못 달아서 거의 막판에 크게 좌절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완성했다. 너무 피곤했지만 책상 자체는 너무 멋졌다. 그리고 튼튼하고 견고했다.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냄새도 좋았다. 이게 제 값을 하는 물건인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아… 내가 꽁으로 먹으려고 했구나.”


알게 되었다. 내가 인터넷으로 3만 원짜리 책상을 사면서 이 책상이 견고하고 아름답고 간편하기를 원했던 것은 내 말도 안 되는 욕심이었다는 것을. 적어도 이 정도 재질에 이 정도 규격으로 나온 책상 이어야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과 가치를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다른 부분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뭔가를 얻길 위해서 응당 그 정도의 가치를 치러야 하는 거였다. 그걸 공짜로 얻으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나의 소중한 시간, 돈 그리고 마음까지 모두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아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친해지고, 아이와 함께 소중한 추억들을 쌓아가고자 하는 내 소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나의 뭔가를 희생해야 한다.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수고로움이든 말이다. 그게 당연한 건데 가끔 아이와의 동행길에수고로움이 버거워 짜증을 내거나 남편에게 불평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이란 건 당연했다. 아이는 어렸고, 아이와의 시간을 함께하는 데 공짜는 없었으니까. 조금 덜 불평해보자. 조금 더 감사해보자. 나의 대가 지불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보자 하는 마음이 절로 나는 책상 마련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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