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우리들
며칠 전 엄마에게 연락을 받았다. 시골집에 자꾸 누전이 생겨서 천장을 뜯어내고 전기 공사를 다시 다 하게 생겼다는 연락이었다. 하필 집에 엄마 혼자 있게 된 상황이라 난감한 것 같았다. 엄마는 말로는 무리해서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찰나였지만 엄마 입장에서 상황을 생각해봤다. 집에 혼자 있는 상태인데 다 뜯어져 엉망이 된 집을 보는 느낌이 어떨까. 힘들고 버겁겠다 생각이 들었다.
“내일 갈게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대충 짐을 싸서 엄마 집으로 향했다.
몇 해 전, 친구의 어머님이 암 초기 증상을 확인하고 수술을 하신 적이 있다. 친구인 나까지도 살뜰히 챙겨주셨던 어머님이었기 때문에 나도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내 친구와 그 가족들이 어머님을 보살펴드리고, 수술 후에도 늘 정기검진을 하러 함께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참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나도 점점 엄마 아빠가 노쇠하시는 걸 보면서 친구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 엄마가 가끔은 아이처럼 보인다?”
“나는 그런 지 꽤 오래되었어. 이제 더 이상 우리를 챙겨주는 분들이 아냐. 우리가 챙겨드려야 한다구.”
친구의 말을 듣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가 나보다 먼저 어른이 되었구나.’
어른이 되었다는 건 누군가를 돌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비단 나의 아이 뿐만 아니라 나의 부모까지. 크고 엄하게만 보였던 어른들이 우리에게 약한 점들을 하나하나 드러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아이를 돌보는 마음으로 부모를 돌보고 살피는 마음을 가지게 될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물론 어른 역할이 아직 어색해 잦은 실수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