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놀아야 놀아줄 수 있다
놀이는 유년기의 가장 순수하고 영적인 인간 활동이다 - 프뢰벨
어제 방문했던 일산 어린이박물관 벽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문구다. 그렇다 어제 나는 아이와 둘이 어린이박물관에 갔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놀면 정해진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노는 터라 내 진이 빠지기도 하고, 또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활동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큰맘 먹고 둘이 함께하는 일정을 짰다.
도착해서 내내 어린이박물관을 돌아다니는데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곳곳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꾸려진 놀잇감들이 많았다. 특히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더 많은 거 같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주면서 다니다가 갑자기 아이가 발걸음을 멈췄다.
“레고다!”
박물관 한편에 블록 코너가 있었다. 집에 블록이 많은데 여기서 또?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늘은 아이를 위해 온 날이니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블록 코너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블록이 생각보다 뻑뻑하고 색도 다양하지 않아서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니 너무 재미가 없고 좀이 쑤셨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주위에 있는 아이들의 엄마들도 모두 지루한 듯 한 편으로는 아이를 보살피면서 핸드폰을 연신 만져대고 있었다. 저 모습이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이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핸드폰 속에 조금이라도 내 무료함을 달래줄 콘텐츠가 없는지 이리저리 손가락을 굴리고 있는 내 모습. 주위 사람들의 모습에 내가 이입이 되자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나도 그냥 만들어보자.
이 생각을 하고 애는 애대로, 나는 나대로 블록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동굴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엄청 몰입이 됐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들이 지겨워하면서 바로 자리를 떴는데 우리는 한참 동안 블록을 가지고 놀이를 했다. 내 것을 다 만들고 아이가 만들던 것도 도와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가 흘렀을까 아이는 이제 흥미를 잃고 다른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고 했다. 나? 나도 지겨움 따위는 잊고 즐겨버렸다. 블록, 너 꽤나 재미있더라?
놀이가 중요하다는 건 대부분에 부모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이를 반복하면서 하기 때문에 성인인 부모로서는 지겨울 때가 많다. 나도 그랬다. 지겨움이 상당히 커서 아이에게 다른 활동을 하자고 보채기를 반복했다. 잠깐이었지만 오늘 약간 알게 되었다. 부모인 나도 즐겁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없다는 것 말이다. 책을 보더라도 부모가 함께 읽어봐도 좋을만한 책을 고르고, 아이와 놀더라도 ‘놀아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도 논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해보는 거다. 그러면 좀 더 가열차게, 끈기 있게 놀아줄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나도 즐길 수 있다면 아이와 함께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