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와 애틋함
아이에게 '귀엽다'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혹시 귀엽다는 말이 '가엾다'에서 나온 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가엾게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에서 귀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말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귀엽다의 어원 중 하나가 '가엾다'에서 왔다는 가설도 있다고 한다. 물론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가 자연스레 느꼈던 감정에서 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럴듯해 보인다.
남편이 일주일 단위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은 집에서 근무를 하고, 그다음 주는 회사에 나간다. 이 패턴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느끼는 게 있다. 사람의 감정은 너무나 간사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회사에서 느지막이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곤 했는데, 정작 일주일 내내 같이 붙어 있으면 살짝 지겹다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또 남편이 회사에 나가면 오매불망 기다리며 애정이 샘솟곤 한다.
아이와도 그렇다. 주말 내내 붙어있으면 진이 빠진 나머지 아이에게 자꾸 짜증을 내게 된다. 그런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다. '있을 때 잘하지'라고 후회를 하곤 하지만 또 만나서 지지고 볶다 보면 그 안쓰러움과 가여운 마음, 그리움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생활의 짙은 향기만 남는다.
주위를 살펴보면 꼭 나만 그런 건 아니지 싶다. 은퇴한 부부들도 살짝 떨어져 계실 때 사이가 더 좋아진다. 주말부부들도 그렇게 애틋하고 서로를 위한다. 연애할 때 연인들의 사랑이 뜨거운 것은 어쩌면 늘 한 공간에 붙어있지 못한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애틋함이란 둘 사이의 거리에 비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멀리서 봐야 더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