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불안

자유와 불안정 사이에서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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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후 한 2개월 정도 마음에 깊이 자리하고 있던 감정이 있다. 불안함이다. 소득이 훅 줄어들고, 시간이 확 생기다 보니 생긴 증상이다. 분명히 이런저런 소비 폭들을 계산해보고, 휴직해도 전혀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내린 결정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괜한 것에 돈을 아끼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랬다. 그런데 4개월 차인 지금은 그런 감정이 별로 없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맞벌이를 할 때는 '어떻게 외벌이로 생계를 유지하지?' 하면서 내 주변에 있는 외벌이 가정들을 신기하게 보곤 했는데,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다 보니 어찌어찌 다 살아진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돈이 부족하다거나 시간이 너무 남는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씀씀이 자체가 많이 줄어든 탓도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내가 옷이나 가방에 크게 관심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명품을 사서 자랑을 하면 나도 저 정도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집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데 명품 가방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 다뤄줘야 하는 가방인 터라 생활하는 데 방해가 됐다. 그래서 이런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가 훅 줄었다. 보여줄 사람이 없으니 자랑할만한 것을 사지 않게 된다.


또 중요한 게 있다. 매일의 삶에 어느 정도의 루틴이 짜였다는 것이다. 휴직 초기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하고 막막했던 게 지금은 매일 어느 정도의 규칙을 가지고 삶이 움직이고 있다. 이러니 남는 시간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불안 같은 게 사라졌다. 매일 어느 정도의 일과를 가지고 움직이고, 아이를 케어하고, 집안일을 하고, 자유시간을 운동이나 글쓰기로 채우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규칙적으로 사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느낌이다.


불안도 지나간다. 이걸 알고 나니 앞으로 겪게 될 다른 불안함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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