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처지 동족의 스멜

애 있고 직장 다니는 엄마들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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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휴직을 해서 아이 등 하원을 비교적 해가 떠있는 시간에 하고 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난 해가 어스름하게 뜰 무렵 아이를 맡기고 해가 진 다음에서야 아이를 찾으러 갈 수 있는 워킹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를 깨우느라 실랑이를 하고, 온갖 달콤한 말과 협박을 번갈아 내놓으며 밥을 먹이고, 이를 닦이고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과정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나 참 고맙고 감사하다. 만약 내가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면 못 느꼈을 감사함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은 아이를 하원하러 가는데 다른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이 무척 친하게 지내는 한 아이였는데 하원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한 시간 반이 늦었다.


“아.. 직장 다니는 분이시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의 하원 예정시간이 적혀있는 출석표를 쭉 살펴보니 그 아이만 유독 하원 시간이 늦었다. 엄마가 마음이 좋지는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곧 복직을 하게 되면 이 아이처럼 오래 아이를 맡기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한 두 아이만 덩그러니 유치원에 남겨져 있는 게 마음이 좋지는 않겠다고 생각이 들어 한 번 연락을 해 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등원을 하는데 그 아이가 보였다. 할머니 손을 잡은 채였다. 우리 아들은 친구를 만나서 신났는지 쫑알쫑알하면서 신나게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바로 그 아이 할머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 말을 슬쩍 붙여 보았다.


“어머~ 지용이 할머님이신가 봐요~”


“네~ 맞아요.”


“저희 재민이가 집에 와서 지용이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시구나. 얘는 맨날 혼자 남아있어서 뭔 이야기를 하는지 원.”


“안 그래도 저도 곧 복직을 해서요. 혹시 지용이 어머님께 제 연락처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태권도 학원이라도 같이 보내면 좋을 거 같아서요.”


“그래요~내 전해줄게요.”


할머님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왔는데 곧 문자가 왔다. 지용이 어머님이라고 하셨다. 내 예상이 맞았다. 이 분들도 혼자 남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아직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서 태권도 학원은 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셨구나. 저도 곧 복직을 해서 지용이랑 재민이만 유치원에 남아 있을 거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같이 태권도라도 보내면 어떨까 싶어서요.”


“아 그러면 너무 좋죠. 안 그래도 지용이는 태권도에 가고 싶어 했는데 저희가 코로나 때문에 차마 보내지를 못했어요.”


“그렇구나. 에고 지용이만 혼자 남아있어서 마음이 좀 그러시죠? 저도 머지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지용이가 유치원에 잘 적응하고 즐겁게 다니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어머 맞아요. 재민이도 유치원 늦는다고 이러다 못 갈 거 같다고 하면 벌떡 일어나요.”


“호호 귀엽네요.”


같은 처지에 있어서 그런가 마음이 갔다. 그리고 말이 잘 통했다. 생각을 하다가 이 말을 덧붙였다.


“제가 아직은 휴직을 하고 있어서요. 혹시 지용이 관련해서 급하게 일이 있거나 그러면 저한테 연락 주셔도 돼요.”


“말씀이라도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들이랑 주말에 한 번 보자는 약속을 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길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다.


동질감이랄까. 짠함이랄까. 같은 처지라서 느껴지는 그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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