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냉이는 못 참지

곳곳마다 핀 등짝들

by 서이담
D600448B-F8A0-4E99-BB30-C382D0174BF7.jpeg

봄이다. 봄.


하얗게 먼저 핀 매화꽃도, 호도독 돋아난 산수유도, 빠꼼히 머리를 내미는 개나리도 모두 봄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봄 꽃 아래에 앉아 봄을 만끽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냉이와 쑥을 캐는 아줌마들이다.


90을 바라보는 우리 할머니도, 한 때 세련된 도시 여자였던 우리 엄마도 모두 냉이를 보면 스멀스멀 마음에 일렁임이 찾아온다. 까만 봉다리를 들고 호미가 있으면 호미를 들고 모두 집 앞마당으로 나간다. 가끔은 꽃구경을 갔다가 눈에 밟히는 냉이나 쑥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캐어 오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엄마나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꽉 들어차 있는 서울 여기저기에도 쑥과 냉이를 뜯는 아주머니들이 골고루 퍼져있다. 몇몇은 잔잔한 꽃무늬 천을 두른 모자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게 참 정겹다.


봄나물은 모두를 바닥에 주저앉힌다. 평등하고 둥근 등짝들이 한껏 봄 햇빛을 받고 있다. 엄마는 말했다. 몸이 기억하는 거라고, 아줌마들은 그 추억을 캐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나도 그 추억을 함께했으니 언젠가는 참을 수 없는 마음에 들판에 주저앉아 둥근 등짝을 드러내며 나물을 캐는 아낙네가 되려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같은 처지 동족의 스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