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가 가장 좋은 곳

긍정의 주문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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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였다. 아마도 인생 중 몇 안 되는 힘든 시기 중 한 때였는데, 당시 나는 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신림동 작은 교회에서 학생들에게 내어준 집에서 같은 처지인 여학생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신림동 생활은 처음이고 해서 엄마가 특별히 지인 찬스를 써서 알아봐 준 집이었다. 의지할 곳이 없으면 무너지기 쉬운 그곳에서 나는 종교에 무엇보다 굳게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곳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었다. 같이 지내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이었는데, 수더분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예민하거나 힘든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았던 언니가 있었는데 좋은 점도 많았지만 사람의 어떠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힘들어하는 부분이 굉장히 심했었다. 그래서 그 언니랑 룸메이트가 되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나의 사소한 부분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꼭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부하는 것도 벅찼던 나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이렇게 되뇌었다.


"이곳이 가장 좋은 곳이다. 이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이다."


힘들 때마다 이렇게 외치니 언니와의 갈등이나 어려운 상황도 말하자면 게임 속 퀘스트 같이 느껴졌다. 나는 이 퀘스트를 마치고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퀘스트는 내 삶의 시련이 아니라 도전이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내게 가장 편안한 사람은 아닐지언정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매일매일이 조금 더 견딜 만 해졌다.


시간이 들어 이제 가정을 이룬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나 자신이 대견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20대 초반 친구가 그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잘 견뎌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더 어려운 시간들도 견뎌낼 수 있는 맷집이 생겼다. 물론 힘들 때는 조금 숨기도 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이 생기면 '난 이제 끝이야. 망했어.'라고 마음먹기보다는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이건 그냥 과정일 뿐이야.'라고 믿는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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