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 가도 못하는 집콕 생활
코로나 확진을 판정받았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코로나 증상도 아니요 합병증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이제부터 7일간 '집 안'에서 '우리 식구'끼리만 붙어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코로나를 걸렸던 사람들에게서 7일간의 집콕, 정확히 말하자면 7일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보살피는 것 자체가 얼마나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 견뎌야 할 그 7일간의 창살 없는 감옥 생활에 대해 공포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코로나에 걸려보고, 집 안에서 식구들과 지내보니 그 시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살짝 힘든 순간도 있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치트키를 살살 써가며 이 시간들을 잘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격리가 끝날 때쯤에는 이 시간을 '격리'가 아닌 '휴가'로 말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걸 알았다.
우선, 격리를 할 때는 조금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좋다고 말해두고 싶다. 코로나 확진이 되면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선 몸이 아프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진다. 그래서 짜증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 때는 체력을 최대한 비축하는 편이 좋다. 나는 초반 2~3일 정도는 휴식에 집중하면서 많이 쉬었다. 집안 분위기를 어둑어둑하게 만들고 하루에 2시간 정도는 꼭 아들과 남편과 함께 낮잠을 잤다. 음식 같은 경우도 뭔가를 막 해보기보다는 보양식을 배송시켜서 데워 먹는 정도로 했다. 이때에는 밥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이는 걸 내 본분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도 잘했다면 만족하고 또 일기를 쓰면서 나 자신을 칭찬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증상이 좀 호전되었다면 몸을 조금 움직여보기를 추천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던 나는 몸이 아프면 휴식해야 한다는데 그냥 쉴까 하는 유혹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임산부들도 운동을 쭉 하던 사람은 계속 이어가도 괜찮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돌려봤다. 대신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는 50분 정도 하던 운동을 하루에 30분으로 줄여서 했다. 이러다 보니 체력이 좋아졌고, 체력이 좋아지니 목이 아파서 힘든 것도 견딜 힘이 좀 생겼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식구들 끼니를 잘 챙기고 계속해서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건 운동의 힘이 아닐까 싶다.
몸이 어느 정도 나아진 이제부터는 관심사를 조금 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집 안에만 가족들이 있게 되면 무료해지며, 항상 같은 패턴으로 생활하다 보면 서로에게 짜증을 내기가 십상이다. 변화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이다. 몇 달 전, 텔레비전 없는 거실을 만든다고 거실 벽에 잘 붙어있던 텔레비전을 툭 떼어냈는데 그 때문인지 거실이 많이 허전해졌다. 텔레비전 중심으로 거실이 꾸며지다 보니 거실 활용도도 낮아졌다. 그래서 침실에 있던 내 책상을 소파 뒤에 배치하고, 집안 곳곳에 있는 아이와 우리 부부의 책이 꽂혀있던 책장들을 텔레비전 자리에 함께 모아두었다. 이렇게 바꾸고 보니 아이도 책을 찾아서 보기가 쉽고 책을 잘 보지 않는 남편도 책을 손에 쥐고 읽기 시작했다. 거실이 서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치트키를 마구마구 활용하라고 알려주고 싶다. 유치원에서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고 하니 놀잇감 키트를 주셨다. 종이컵, 색종이, 수수깡 등 여러 가지 교구와 사용 방법을 넣은 키트였다. 이 키트로 활동도 해 보았는데 한 2~3일 정도는 버틸만했다. 역시나 아이가 원하는 것은 유튜브와 텔레비전이었다. 나는 코로나 확진 기간만큼은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보기로 했다. 대신 온 가족이 함께! 아이가 평소에 보는 양은 계속 보여주고, 저녁에 자기 전 1~2 시간 정도는 가족이 함께 모여 만화영화를 봤다. 물론 우리도 지루하지 않게끔 함께 잘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성이 좋은 것을 골랐다. 만화 영화를 함께 보고, 함께 이를 닦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면서 잠에 드니 가족 사이도 돈독해진 것 같다.
중간중간 고비도 있었다. 하필 우리 집이 놀이터를 딱 앞에 두고 있어서 아이가 밖을 보면서 놀이터에 나가서 놀고 싶어 할 때마다 마음이 좀 아팠다. 그래도 아이에게 "코로나 끝나면 같이 놀자" 라던가. "코로나니까 가족 영화를 매일 볼 수 있으니 좋지 않아?"라고 말을 돌려가면서 장점을 애써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 하며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해나갔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격리하는 7일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걸렸다면 내 방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시원한 봄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으~~이 찐행복! 오래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