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준비할 사람이 생겨서 기쁘다
이번 주에는 남편 생일이 있었다. 지난 주말에 시댁에서 조촐하게 생일 파티를 했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하면 준비하는 나도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니까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일단 먹을거리들을 만들기 위해 시장에 갔다. 고기도 좀 사고, 야채도 넉넉히 샀다. 시어머니께서 미역국을 미리 끓여 주셨기 때문에 미역국을 만드는 건 감사하게도 생략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맛있는 디저트를 사는 것만 남았다. 혼자 사러 갈까 하다가 아이와 함께 고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아이의 하원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하원 시간이었다.
"재민아!"
"엄마~~ 반가워"
"오늘은 아빠 생일이잖아. 그래서 우리 같이 케이크를 고르러 갈 거야."
"웅 그럼 이따가 후 하고 불겠네?"
아이와 들뜬 마음으로 베이커리에 도착했다. 마침 우리 마음에 쏙 드는 곰돌이 모양이 올라간 초콜릿 케이크가 있었는데, 그걸 고르고 포장되기를 기다렸다.
"나 조금만 맛보고 싶어."
"안돼~ 아빠가 생일이니 아빠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조금 맛만 볼 거라고."
"재민아. 재민이 생일 때 엄마 아빠가 재민이 안 기다리고 케이크를 먼저 맛보면 어떨 거 같아."
"엄마 나빠."
"그렇지? 재민이도 아빠를 좀 기다려줘야 해."
떼를 쓸 때 이렇게 입장을 바꿔주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된다.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계속 케이크를 먹겠다고 해서 밥을 미리 차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빠에게 줄 생일 카드를 쓰기로 했다.
"생일 카드에 케이크를 그려야지~"
"오 좋은 생각인데!"
아이는 생일 카드에 케이크를 그리더니 정체 모를 동그라미 모양을 그 위에 얹었다. 남편에게는 꼭 부연설명이 필요할 듯싶었다. 그래도 나름 초도 그리고 촛불도 그려서 정성스러운 카드를 만들었다.
남편이 집에 도착했다. 아이는 남편을 놀라게 해 주겠다며 불을 다 끄고 숨어 있자고 제안했다. 불을 다 끄고 숨어 있는데 남편이 너무도 쉽게 우리를 발견했다. 나는 남편에게 아는 척하지 말고 찾는 시늉을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아이는 너무 쉽게 제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게 하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빠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케이크 순서가 되었다. 아이는 자기가 케이크를 냉장고에서 꺼내겠다며 서둘렀다.
드디어 케이크를 꺼내고 초를 후 부는 시간이다. 아이는 서둘러 촛불을 꺼뜨렸고, 우리는 하하 호호하며 초콜릿 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다. 물론 그 위에 올라가 있는 초콜릿 곰 장식은 아이의 몫이 되었다.
아이가 생일 준비를 같이할 수 있게 되니 재미가 더하다. 아마 생일 당사자인 남편도 조금은 더 행복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