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의 모래시계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는 관계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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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언제 와? 할 일 많은데."


요즘 들어 부쩍 부모님 연락이 잦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잘 안되거나 힘들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반, 손주가 보고 싶다는 연락이 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거기에 발맞춰가기에 우리 부모님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하기 어려운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체력에 부치는 일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럴 때면 가장 만만한 나, 막내딸에게 대부분 호출이 온다.


문득 '이게 순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주 어리고 무지했을 때 우리 부모님은 가장 총명하고 기력이 강했다. 그때 나를 몸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보듬고 이끌어 나갔던 그 돌봄을 나는 온전히 누리며 자라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 돌봄의 방향이 내 부모에게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모래시계가 꽉 채워지면 거꾸로 뒤집어 빈 방향으로 모래가 흘러가도록 하듯이 말이다. 내 엄마도 할머니에게 그랬고, 할머니도 그 엄마에게 그랬을 것이리라.


모래시계를 돌린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니 부모님을 도와 산다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냥 내가 받은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우며 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도움을 받는 게 더 많지 않은가. 그냥 감사하면서 주고받으며 따뜻하게 살면 되겠다 싶다.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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