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키워서, 혼자 키우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빠가 자전거에 뭘 달아놨지롱~”
“뭔데? 뭔데?”
“이따가 타보면 알 수 있지롱~”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종종 집안일을 하곤 하는데, 어제는 아이 자전거에 뭔가를 설치해놨나 보다. 저녁 산책을 가기 전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는 한껏 기대를 부풀렸다. 나도 궁금했다. 그게 도대체 뭘까?
드디어 산책 시간이 왔다. 아이는 신발을 신고, 헬멧을 쓰고 마스크도 얌전히 꼈다. 눈빛은 반짝거렸다.
“그게 뭔데?”
“아직 아니야.”
남편은 뜸을 들였다. 그리고 자전거를 가지고 밝은 조명이 켜진 주차장을 지나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이제 보여줄게!”
그리고는 자전거 안장 뒤쪽에 몰래 붙여 놓았던 라이트를 켰다. 원래도 라이트가 있었지만 이번 건 좀 달랐다. 라이트를 켜니 자전거 바퀴 쪽으로 선이 그어지면서 자전거가 가는 길이 만들어졌다.
“우와!!!”
아이는 감탄하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나도 이런 자전거용 조명은 처음 봤던 터라 신기했다. 지나가던 아이들도 모두 걸음을 멈추고 아이의 자전거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아이는 더욱 신이 나서 자전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내 자전거에는 불이 나온다!”
자전거 라이트 하나로 의기양양해진 아이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가끔 남편과 지낼 때면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이 사람은 왜 이런 물건이 갖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전거 조명도 마찬가지다. 나였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물건이다. 나는 쓸모없는 물건을 사면 결국 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건을 잘 사지도 않고, 산 물건을 생각처럼 쓰지 않으면 누굴 쉽게 주거나 버리기도 잘한다. 하지만 남편은 이것저것 관심이 많고 물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신혼 시절에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어 서로 속이 상하기도 했었다. 사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남편이 쓰지 않는 물건 하나를 중고 장터에 팔라고 했다가 남편이 조금 토라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아이가 남편이 재미로 구입한 조명 때문에 무척이나 신나 하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서 키우지 않아서 다행이다. 혼자서 키웠다면 아이가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것 아닌가.‘
무쓸모의 쓸모라고 해야 할까? 쓸모없는 걸 사는 게 꼭 나쁜 소비는 아니라는 걸 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실용주의자는 절대 알 수 없는 간지를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즐거운 기억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소비를 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집에 쓸데없는 물건이 나뒹굴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