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말 다 다르다
인스타그램에 '일 잘하는 사람들이 쓰는 회사 용어'라는 주제로 몇 가지 업무용 말투가 포스팅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그중 유관부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아시겠지만~,"이라는 표현으로 설명을 시작하라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이 내용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회사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는 당연히 알고 있고, 당신이 모르면 당신만 바보겠지만'
그래서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상대방이 모른다고 답할 여지를 차단하는 말처럼 들려서 기분이 나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말을 듣게 되면 일부러 "이 부분은 잘 모르겠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하며 답하곤 했다.
혹시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싶어 다음날 직장에서 동료 두 분과 이야기를 해봤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글을 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신기하게도 두 사람 모두 아주 예의 바르고 적절한 말투라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특히 상사한테 뭔가를 설명할 때 이 말을 하면 '나는 당신을 가르칠 의도가 전혀 없어요. 당연히 다 아시리라 믿어요.'라는 의미로 들린단 말이죠. 특히 '내가 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하고 발끈할 수도 있는 사람들한테 쓰면 굉장히 유용한 표현인 거지요.”
“당신이 모른다는 게 아니라, 그냥 당신도 알고 있는 사실을 짚어주는 거라는 걸 말하는 표현 같아서 듣기 좋은데요?”
"아시겠지만~"이라는 이 짧은 말에 대해 나는 재수 없다고 생각했고 또 다른 사람은 예의 바르다고 느꼈다. 왜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 걸까? 그건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라고 생각했던 '너'와 '나'가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솔직한 사람이고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인정하는 사람으로서 나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불편하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배우면 되는데 이 말을 들으면 자기가 물을 말을 막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어떤 정보나 상황을 모른다는 게 약점처럼 느껴지고 혹은 모르면 안 되는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이해해주면서 말하는 사람이 센스 있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어떤 사람이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도를 너무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고 결론을 지었다. 왜냐면 그 말을 한 사람은 호의로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걸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한 말을 의도와 다르게 해석해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을 발견한다고 해도 너무 당황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다만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고, 만약 그런 오해가 생겼다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해명을 해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게 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좁힐 수 없는 생각 차이니 더 노력하거나 걱정은 하지 말자는 결론이다. 우린 서로 너무나 다른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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