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마인드 컨트롤
최근에 나는 내가 해보지 않았던 업무를 맡게 되었다. 원래는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는 일이었지만, 프로젝트 규모가 너무 작아서 다른 부서에서 같이 봐주는 것보다는 그냥 나 혼자 일을 배워가면서 해보라는 윗 분의 지시에 따라 그렇게 됐다. 내 직무상 거의 접할 일이 없던 업무라 재미있기도 했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 업무를 계속 해왔던 기존 담당자에게 관계자 연락처나 주소 등의 제반 사항을 물어보았다. 그분은 처음 몇 번은 알려주더니 나중에는 스스로 검색해서 보라고 왜 이렇게 자주 찾아와서 물어보냐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
화가 났다. ‘만약 내가 직급이 높은 사람이었어도 저렇게 말했을까?’ 등 이런저런 마음이 들었다. 이 마음을 가지고 그냥 일을 할 수는 없겠다 싶어 다른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밥을 먹으면서 그 이야기를 했는데, 내 편에서 공감도 해 주셨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도 해 주셨다.
“그 사람은 너의 일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귀찮은 마음을 가졌을 수 있어. 물론 귀찮다고 상대방을 그렇게 대하는 게 옳은 건 아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이제부터 그 사람에게 뭔가 물어보기 전에 혼자 좀 더 찾아보고, 혼자 못 찾겠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못 찾겠으면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팀장을 참조로 넣고 메일로 정식으로 요청을 해봐라.”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그 사람에게 물어볼 일이 생겼다. 지난번 선배의 조언을 떠올리고는 먼저 스스로 방법을 좀 찾아봤다. 그리고 알 만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봤다. 몰랐다. 그래서 인터넷을 더 뒤져봤다. 그랬더니 원하던 바를 나름대로 상세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걸 여러 사람에게 공유도 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알았다. 내 업무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걸. 무조건 그 사람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보는 노력을 더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그 사람을 찾아가니 짜증을 낼 만도 했겠구나 하며 그 사람의 입장이 이해 갔다.
일을 할 때 까칠한 상대방을 이해하고 또 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니 내키지 않는 일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거다. 그 사람을 불편해하고 멀리하려는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접어두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이니까. 그래도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런 훈련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상대방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여기고 접근을 해 보는 거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나 자신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개선점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런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내 마음속에 화라도 좀 덜 쌓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유익하다고 본다.
이놈의 마인드 컨트롤. 얼마나 해야 안 해도 되는 날이 올까나.
Photo by Sangga Rima Roman Seli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