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의 법칙
출근길 지하철은 그야말로 ‘타인은 지옥‘임을 너무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빽빽하게 들어차 보이는 사람들 사이로 내 발 하나를 디디고, 몸을 구겨 넣고, 뒷사람에 의해 밀려 밀려 들어가다 보면 이게 내 몸인지 남의 몸인지 구분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데 말이다. 그 꽉 막힌 출입구에서 살짝만 들어오면 빈 공간이 꽤 있다. 칸들을 연결하는 문 쪽이나 지하철 한 중간에는 사람이 적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통로에서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려고 하는 관성 때문에 밀도가 출입구 쪽에 과하게 몰려있다.
비껴 서면 빈 곳이 있는데, 조금만 더 가면 모두가 좀 더 여유롭게 탈 수 있는데 사람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있어 왔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다고 단정 짓고는 그대로 머물러 있는다. 몇 발자국만 옮겨보면 훨씬 나은데 말이다.
나는 그대로 있을 것인가 조금씩 발을 옮겨 볼 것인가. 이대로 계속 살 것인가. 리스크를 안고 조금 더 나아가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