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지금 가진 것 다시보기

by 서이담

요즘 우리 부부는 다른 곳에 한 번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있는 곳은 주변 환경은 좋지만 직장과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매일 출근하는 우리 부부의 상황을 고려하면 조금 작더라도 교통이 편한 곳이 낫지 싶어서다. 그래서 거의 매주 주말마다 봐 둔 지역의 집을 둘러보고 다니고 있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을 하다가 좋은 집을 찾았다고 했다. 우리가 바라던 좋은 위치의 집이었다. 대단지이고 편의시설도 충분했다.


“너무 좋다!”


매물을 발견하고 그 지역에 갔는데 아쉽게도 부동산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 주변 시설들과 학교, 근거리에 있는 가볼 만한 곳들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분위기에 반해’ 버렸다. 부동산에 연락을 해서 집을 바로 보러 가기로 했다.


두둥! 드디어 집을 보러 가는 날이 되었다. 남의 집 여러 곳을 둘러봤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보다 집이 너무 좁았다. 지금 사는 집과 방, 화장실 개수는 같았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미 집에 맞추어 짐도 가구도 늘려놓은 터라 그 많은 짐을 이곳에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집 자체는 깨끗한 편이었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을 남의 집 보듯 살펴봤다. 널찍하고 잘 빠진 구조. 시원한 인테리어의 느낌.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다. 위치가 좋지 않다고 불평이 많았는데 위치가 주는 단점만 빼면 장점이 참 많은 집이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거다.


남은 주말, 나와 남편은 집을 열심히 정리하고 청소했다. 이사를 가게 될지, 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가진 것을 더 아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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