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파이브,김남주 그리고 나
임신했을 때 태교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직장을 다녀서 여유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클래식 듣기 같은 어려운 일이 아닌 그냥 내가 즐거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태교를 대신하기로 했다.
출퇴근할 때 즐길 거리를 찾다가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를 소개받았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두 개그우먼의 팬이 되어 버렸다.
출산 후에도 팟캐스트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시간 맞추어 봐야 하는 텔레비전과 달리 아이를 보면서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육아와 병행하기 좋았다. 어느 날 팟캐스트에서 송은이 씨가 후배들이랑 춤 연습을 열심히 한다는 얘기가 들렸는데 몇 달 후 "셀럽 파이브"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40이 넘은 나이에 걸그룹이라니!’
1집 때는 이 그룹의 활동을 조용히 지켜보고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2집이 나오면서 준비과정을 담은 웹 예능을 보게 됐고 이제 좀 더 열심히 응원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수가 곡을 발매하면 팬들이 스트리밍을 반복적으로 해서 음원차트 진입을 돕는다던데, 그걸 해보자.’
이 마음을 먹고 ‘셔터’라는 신곡이 발매되자마자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를 계속해서 돌려 들었다. 내 나이 30에 처음 덕질을 시작하게 됐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연예인의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서는 배우 김남주 씨의 인터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남주 씨께서는 혹시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 처음 받아보네요. 네 있어요. 제가 아이를 낳고 키울 때에 작품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미지를 변신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들도 많았죠. 엄마라는 이유로 제 자신에게 제약을 많이 두고 있었던 터라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거절했었어요. 만약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힘들더라도 도전해 봤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가 가장 후회돼요."
그 인터뷰를 했을 당시 김남주 씨는 드라마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아마도 노력을 엄청 많이 해서 만들었을 탄탄한 몸매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엄마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완벽해 보였던 그녀가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고, 이런 문제가 나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는 것에 안도감도 살짝 들었다.
‘나이 40에 걸그룹 데뷔도 하는데, 아이를 둘씩 키우면서 드라마에 나와 베드신도 찍는데 엄마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나. 그냥 해보면 되지.’
그게 나의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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