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삶
여행은 변수 천지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더욱 그렇다.
퇴사를 하고 나서 남편과 그리고 아이와 가족여행을 떠났다.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지를 잡은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와 함께 일본에 있는 놀이공원을 즐기고 오는 게 거의 주된 목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 덕분에 변수들이 많았다.
첫째 날, 아이와 함께 도시가 잘 보이는 전망대에 갔다. 시내에 온 만큼 유명한 라멘집이나 카레집을 가보고 싶었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돈가스 먹고 싶어."
아이가 이상하게 짜증을 내고 있었으므로 배가 고프단 걸 직감적으로 눈치챈 나는 가장 가까운 돈가스집을 찾았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백화점 식당가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돈가스 집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정말 맛있는 돈가스 정식을 먹을 수 있었다. 신기했다. 이렇게도 되는구나.
둘째 날이었다. 일일투어로 지쳐있던 우리는 아무 데나 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또 말했다.
"엄마 나 카레"
한국엔 없는 곳을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재료소진이 되었던 것 같다. 유명한 카레집은 일찍 주문을 마감했다고 했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남편이 근처를 찾아보더니 말했다.
"이 근처에 코코이찌방야 있네."
"그거 우리나라에도 있는 거 아냐?"
"어쩔 수 없지. 재민이가 먹고 싶다는데. 그냥 가자."
툴툴거리는 마음으로 코코이찌방야에 갔다. 그런데 메뉴판이 한국이랑은 많이 달랐다. 선택지가 다양했고 아이들이 먹을 메뉴도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었다.
"재밌다! 재민이 덕분에 일본에서 이 가게에 와봤네."
나 혼자라면 혹은 남편과 둘이 왔다면 후기에 의존해서 다녔을 거다. 그럼 코코이찌방야도 오질 못했을 거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다니니 이런저런 뜻하지 않은 것들을 접해볼 수 있었다. 카레는 내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만약 아이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누가 접해보고 괜찮다고 포장된 것들만 소비하고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때도 생겼다. 그건 늘 기꺼이 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외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이와 함께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