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비행기 회항
“아-. 아-. 저는 기장입니다. 지금 저희 비행기는 사소한 기체 결함으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하고 있습니다.”
“헉… 뭐라고?”
“착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 안내드리며, 자세한 이륙시간과 연계 항공편 등의 정보는 입수되는 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해외 출장길이었다. 1시간 반쯤 비행을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기장의 안내방송이 울렸다. 비행기는 제주도를 막 지나고 있을 때였다. 기내에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이제 한숨 자면 도착해 있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비행인데 갑자기 일이 틀어졌다.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승무원도 난처해하는 눈치였다. 해외출장 경험이 많은 선배는 이런 일이 왕왕 있다고 했다. 나는 처음이었다.
비행기는 바로 착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인천까지 올라와 두 시간 정도를 바다 위에서 돌았다. 연료를 다 버리고 나서야 착륙이 가능하단다. 연료를 다 버리고 비행기를 탄지 5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우리는 다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갑자기 두 배로 길어진 비행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업무 때문에 출장을 간다고 했던 어떤 남자는 탑승구 앞 데스크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큰 소리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아니. 대책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이렇게 늦어져서 나 미팅 못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꼭 이런 사람들은 반말이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걱정하거나 짜증내거나 피곤해했다. 그런데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큰 항공사니까 회항한 거지, 저가항공 탔으면 기체 결함 있는 상태로 목적지까지 강행했을 수도 있어.”
생각해 보면 그랬다. 기체에 결함이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어떻게 대응할 건지는 선택의 문제였다. 다행히 우리가 대형 항공사를 선택했기 때문에 기장이 비용이나 시간보다도 승객의 안전을 중심으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거다. 어쩌면 내가 바다 한가운데에 비상착륙한 상태로 오들오들 떨 수도 있었다는 상상을 하니 비행시간이 길어진 게 그리 큰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네요.”
한 순간에 짜증 나는 일이 다행스러운 일로 바뀌었다. 꿈보다 해몽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