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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y 26. 2024

한숨도 못 잔 소풍 전 날 같은

날카로운 첫 출근의 추억

띠로리로리로~~


"아... 아침이네"


하루 전날 밤, 나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해보았지만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아. 아이 학원 선생님한테 잘 챙겨달라고 문자 보내야지.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예약메시지를 걸자.'


이렇게 일어나서 카카오톡 예약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맞다. 내일 회사에 가서 이를 닦아야 하니 칫솔치약을 챙겨 넣어야지.'


하고 칫솔 치약을 챙겨 가져갈 짐에 넣었다.


'내일 정말 회사에 가네. 쉬는 기간이 길 줄 알았는데 너무 짧았다.'


이렇게 첫 출근에 대한 걱정들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러고 보니 10년 전 내가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회사 건물이 굉장히 멋지고 컸었는데 그 빌딩을 들어가면서 뭔가 해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것 같다. 그리고 회사 기둥을 손으로 슬쩍 쓸어보면서 무언가를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었던 기억이 난다. 참 풋풋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했다. 마치 소풍 전 날 기대감에 한숨도 못 잔 초등학생처럼 나는 뻑뻑한 눈과 살짝 피곤한 몸 상태로 알람을 껐다.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했더니 몸이 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전 날 세팅해 둔 정장을 입고 살짝 요기를 하고 화장을 하고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출근길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릴 역을 헷갈리지 않으려 몇 번이나 지도 앱을 확인하고는 정류장에 내려 지하철을 갈아탔다.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배가 조금 출출해져서 자판기에 있는 음료수를 하나 뽑아 먹고는 인사 팀 담당자를 기다렸다.


"빨리 오셨네요."


마침 일찍 출근한 인사팀 담당자가 나와 인사를 했다. 잠깐 사무실에 가서 필요한 서류와 내 사원증을 챙겨다 주겠노라 이야기했다.


그다음부터는 인사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이런저런 앱들을 설치하고, 회사 PC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하는 일들을 했다. 나와 관계된 옆 팀 회사 선배들 몇 명이 입문 교육을 해 주기도 했다. 인사팀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식당이나 편의점, 운동시설 등 회사 시설들도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배정된 팀의 자리로 왔다. 점심시간이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밥을 먹으러 좀 일찍 나갔다고 해서 인사팀 직원과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면접을 봤던 팀장님과 상무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세팅하는 일이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았다. 허둥지둥 인사팀에서 준 매뉴얼을 살펴보고는 따라 했지만 그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았다. 팀장님과 가벼운 미팅을 통해 앞으로 할 일과 보아야 할 자료들을 전달받았다. 팀 사람들과 커피도 한 잔 했다. 그리고는 다시 컴퓨터 세팅에 들어갔다. 매뉴얼이 잘 되어있어 하기는 편했지만 그것과 별도로 해야 할 일들이 꽤나 많았다. 


'순차적으로 할 일을 이렇게 한꺼번에 하게 되니까 힘들게 느껴지는군.'


마음이 조급해졌다가 편하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 될 일 아니던가. 예전 회사와 다른 부분도 즐겁게 탐구해 보자. 생각해 보면 너무 빨리 익숙해지는 건 지루해지는 지름길일 수도 있겠다. 좀 천천히 해도 된다 하고 나를 다잡았다.


"제가 버스 타는 곳 알려드릴게요. 같이 가시죠!"


팀 막내가 퇴근 시간이 되니 센스 있게 나를 채근해 주었다. 정신없이 어버버 거리다가 핸드폰을 놓고 와서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막내가 타야 할 버스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고마워요! 내일 보아요~"


멍하고 얼떨떨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비닐째로 옮겨져 어항 속에 들어온 금붕어 같았다. 긴장되었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이 정도면 첫 출근은 성공적이었지 싶다.'


집에 돌아와 바로 뻗어버렸다. 오늘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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