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이담 4시간전

머쓱한 교훈

출장지에서

오늘은 출장지를 바꾼 둘째 날이다.


처음 와 본 출장지이니만큼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보겠다면서 시작했던 회의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오는 곳이다 보니 모르는 것도 많아서 이 부서, 저 부서의 현지 사람들을 불러서 회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쉬는 시간 없이 길게 이어진 탓이었을까. 회의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 타 부서 사람의 대답이 뭔가 시원치 않았다.


“그래. 그건 알겠어. 그런데 고객입장에서 보면 그건 딜레이가 있는 거야. 전혀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고. “


집요하게 묻는 내 질문에 상대도 날이 선 대답을 했다.


“우리 부서의 탓이 아니야. 알겠어? 그거 네가 쓰고 있는 회의록에 똑바로 적어놔.”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내 모습이 시비를 거는 것 같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한 마음이었나 보다. 짧은 일정 안에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의욕이 많이 앞섰었다. 정작 이 사람들은 그걸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가면서 선배에게 오늘 있었던 일 중 현지인과의 작은 사건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선배가 말했다.


“괜찮아. 다음에 만나서 잘 이야기하면 얼마든지 풀어질 수 있어. 우린 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잖아. 그 친구도 자기 일이 힘들어서 그런 반응을 보였던 걸 거야. 그리고 오늘 그랬다고 너무 주눅 들지 마. 오늘 배운 걸로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선배의 말에 풀죽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 오늘은 이렇게 머쓱한 기분으로 대화를 끝맺었지만 내일 만나면 밝게 웃으며 인사라도 건네면 된다. 굴하지 말고 또 나아가면 된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작가의 이전글 비행기 모-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