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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싸움을 하는 법

웃으면 복이와요

by 서이담

“오늘 외근이네. 재밌겠다. 즐거운 하루 보내요.“


오늘 남편이 출근 전 해준 말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말대로 되었다. “신기하게도”


꼬였다면 꼬인 날일 수 있었다. 계획대로 굴러가는 게 없었다. 택시로 목적지에 가려고 했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았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 교통카드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는데 카드 재고가 없었다. 건너편에 있다던 세븐일레븐은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이마트24에서 겨우 교통카드를 구입했다. 출근 시간, 안그래도 사람이 많은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신도림 역에서 환승을 했다. 겨우 목적지 부근 역에 도착해 길을 건너는데 웃음이 나왔다.


‘이거 진짜 웃기는 상황이잖아?’


짜증을 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남편의 말이 생각이 났다. 이 모든 상황이 내게 닥친 불행이 아니라 제3자의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느껴졌다. 오늘이 고달픈 덕분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날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국에 처음 와봤다는 대만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식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실개천을 한강으로 착각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이렇게 한강을 앞에 두고 K푸드를 먹다니!”


“오우~ 이거 한강 아냐. 그냥 개천이야.”


“진짜? 허허허 그래도 나는 좋아. 여긴 GD의 나라잖아. 나 빅뱅 팬이야.“


이 친구는 일을 하러 와서도 한국에 와서 좋단다. 한강이 아니라도 좋고, 놀러온 게 아니라도 좋단다. 이 친구를 보고 있자니 오늘 아침의 내 모습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거 있겠나. 작은 일에도 꺄르르 꺄르르 행복해 하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 그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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