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잘린 신의 미소

아유타야 왓 마하탓 (Wat Maha That)

by 서이담

출장은 평상시의 일과보다 훨씬 피곤하지만 좋은 점도 물론 있다. 주말을 잘 활용하면, 출장지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거다.


지난 월요일부터 3주간 태국에 출장을 왔다. 방콕은 지난번 친구들과 여행을 했던 곳이라 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에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방콕에 도착했다. 일을 하고 타 부서 사람들과 밥을 먹는데, 여기 계시는 주재원 분 중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태국에 오면 아유타야는 한 번 가봐야죠. “


아유타야? 거기가 어디지?


“태국의 경주 같은 곳이에요. 방콕에서 멀지도 않으니 주말 같은 때 한번 다녀오면 좋지요.”


주말에 계획이 없었는데 생겨버렸다. 아유타야 투어를 알아보고 선배님 두 분과 주말에 투어를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든든히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아유타야에 도착했다. 가장 처음 향한 곳은 바로 왓 마하탓 사원이었다.


사원의 풍경이 시원하고 멋졌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리 행복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불상의 머리들이 다 잘려있던 거다.


거의 모든 불상의 목이 깨끗이 잘려나가 있다

찾아보니 미얀마가 아유타야를 침략했을 때 불상들의 목을 모두 베었다고 한다. 끔찍한 인간의 정복욕구가 느껴졌다. 인간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잘려나간 불상의 목이 이 사원의 아니 아유타야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아마도 사원의 동쪽을 지키고 있었을 중간 크기의 불상의 머리이었다. 잘려나간 머리는 데굴데굴 구르다가 사원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았다. 부처의 머리는 잘려나간 것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평안하게 웃고 있었다. 인간의 잔인함은, 인간의 어떠함은 신의 자비함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를 사랑한다.”


꼭 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희를 사랑하고 너희를 지키고 있노라고. 누군가가 너희를 침략하고 해한다 할지라도 난 여기에 있노라고…


살짝 찡했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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