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과 최선 그리고 기대

인지하는 것의 상대성에 대해

by 서이담

여름 휴가지로 출발하려던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다. 이럴 줄은 모르고 그냥 혹시나 해서 들어둔 여행자 보험 덕분에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몇 년 전 남편과 아이와 왔었던 호텔이었다.


당일 예약 특가로 13만 원에 수영장 이용권을 포함한 방을 잡았다. 아이와 함께 물놀이도 하고, 호텔 뷔페로 근사한 저녁 식사도 했다. 호텔방은 넓진 않았지만 필요한 것들이 부족하거나 넘쳐남 없이 알맞게 구성되어 있었다.


“와 여기 진짜 좋다.”


“그래?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다시는 안 올 것처럼 하더니.”


남편이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몇 년 전 같은 호텔에 왔을 때는 호텔에 대해 불평을 많이 했단다. 당시에는 호텔이 막 유명해지기도 했고 가격도 한 2배 이상 차이가 났던 것 같다.


하룻밤 뒤, 우리 가족은 여행지에 도착했다. 여행지 숙소는 남편이 추천을 받아 예약한 곳이었다. 두 시간 넘게 차를 달려 도착했는데 호텔 시설이 생각보다는 허술했다. 방도 넓고 풍경도 근사했지만 뭔가 부족해 보였다.


“아.. 여긴 이런 것도 잘 안되어있네.”


오히려 더 저렴했던 인천의 호텔과 자꾸 비교가 되었다. 분명 더 저렴하고 럭셔리한 곳이었는데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인천에서는 예정에 없이 호텔을 급하게 잡았다. 큰 기대도 계획도 없었다. 그래서 주어진 것들이 모두 크고 좋게 느껴졌다. 보험으로 비용을 정산할 수 있어서 사실상 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큰 부분이었을 거다.


그런데 여행지의 숙소는 달랐다. 기대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지불했다. 더 많이 상상했기 때문에 더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도 큰 거였다.


기대를 낮춰야 한다. 많이 지불했던 적게 지불했던 거기서 끝, 기대하거나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아야한다. 실망보다는 감사를, 불평보다는 감사를 해야하는데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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