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멋지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보일 때면 몇 년 전 내가 떠오른다. 번아웃이 와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느꼈던 그 시절. 자신이 이렇게 축 쳐진 휴지처럼 무용하다고 느껴졌던 적은 처음이었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아침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그 시절에도 남편과 아이가 있었다. 심적으로 너무 지쳐있어서 엄마와 아내의 역할은커녕 생활도 잘 되지 않았었다. 그때도 묵묵히 남편은 내 옆을 지키며 조금 쉬어가도 괜찮다며 위로해 주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상황도 내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다.
잠들기 전 문득 예전 한참 우울했을 때 내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옆에서 잠이 들락 말락 한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가 연애 시절에 있잖아. 그때는 서로 좋은 모습만 봐서 내 속에 이런 어두움이 있을지 몰랐을 거잖아.”
“그렇지.”
“근데 만약 알았대도 나랑 결혼했을 것 같아? “
남편은 졸린데 뜬금없는 질문을 받아서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응”
“왜?”
“그냥. 어떤 파도가 오던지 같이 있는 거지 모. 별게 있겠어.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함께 있는 거지.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어도 비슷하지 않았겠어? “
“오~ 좀 멋진데?”
“우웅~”
남편은 졸린지 곧 잠에 들었다. 후후. 기분이 참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