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주일설교

알면 알수록 좋으면 좋을수록

by 서이담

남편과 클래식 공연에 다녀왔다. 짐머만이라는 폴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의 내한공연이었다. 공연에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고, 내가 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니어서 비싼 티켓값을 그것도 두 장 씩이나 감당하는 게 맞을까 여러 번 고민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 피아니스트의 나이가 꽤 되었던 터라 나중에 연주자가 돌아가시면 그 기회를 놓쳐 후회할지도 모른다 싶은 마음에 예매를 했다.


공연은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연주자는 63곡의 짧은 피아노곡(prelude)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 무슨 곡을 칠지는 관객이 당일 티켓을 수령할 때 함께 알려주었다. 총 24곡의 셋 리스트가 주어졌는데 1부는 잘 알려진 곡을, 2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연주했다. 1부 곡들은 남편이 많이 들려줬거나 연주했던 곡이어서 스타일이나 느낌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다. 2부는 좀 달랐다. 한 곡 한 곡이 새로웠다. 지루해서 잠에 들 줄 알았는데 느린 곡이 나오면 빠른 곡이 다음에 나오고, 긴 곡이 나오면 다음엔 짧은 곡이 나오는 등 정교하게 곡 순서가 구성되어 있었다. 클래식 공연으로서는 처음으로 각각의 곡에 대한 짧은 감상을 적어가며 열심히 들었던 마치 잘 짜여진 수업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공연 중간에 문득 남편이 교회에 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결혼 전 남편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따라서 교회를 나가고 있다. 처음에 남편은 설교 말씀을 듣는다는 게 내가 클래식 공연을 듣는 것처럼 익숙지 않고 졸리기만 한 시간이었을 거다. 그런데 점차 익숙하게 되고 또 좋은 목사님을 만나면서 오늘 내가 그랬듯 가끔 말씀이 들리기도 마음에 와닿기도 했을 것 같다.


돌아오며 남편에게 공연에서 내가 느꼈던 것, 생각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편은 피아노 공연 자체에서 느꼈던 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신기했다. 설교 말씀을 듣는 게 꼭 피아노 공연 같아서 처음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의 표시를 했다.


“예전에는 아내를 위해 다녔는데 지금은 꼭 그렇진 않아.”


“그래?”


“어제 목욕하고 와서 몸이 깨끗해지고 편안해졌잖아요. 일요일에 교회를 가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 마음이 깨끗해지고 편안해져.”


“그렇게 느끼니 다행이네.”


다행이었다. 오늘 내가 클래식 음악의 묘미를 알았듯, 남편도 설교를 듣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서. 그리고 고마웠다. 어쨌든 일정 시간은 나와 가족을 위해 견디는 시간이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불평없이 함께 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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