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가치 있는 것은 어려운 것들이었다
가수이자 이제는 기부천사이자 러너로 잘 알려진 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너무도 바른생활을 사는 사람인지라 가끔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보곤 하는데, 이 날은 일본의 마라톤 대회에 가족과 함께 참석하는 브이로그가 나오고 있었다. 재밌었던 건 대회를 마치고 다른 약속장소로 가는 길,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놔두고 굳이 계단으로 가면서 그가 했던 말이었다.
“어렵게 갈 수 있는 길을 왜 쉽게 가요?”
그는 허허허 웃으면서 이 멘트를 피디에게 날렸다. 피디는 헉헉거리며 그를 카메라 앵글로 담고 있었고. 운동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웃긴 말이었지만, 거기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쉽게 가는 길이 있다.
기름지고 값싼 음식을 먹는 일.
추운 아침 계획했던 운동을 내일로 미루는 일.
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쇼츠 영상을 돌려보는 일.
듣기보다는 내 이야기만을 고집해서 이야기하는 일.
책임질 일은 벌이지 않고 경계를 바짝 세우고 살아가는 일.
모두 내가 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어려운 길을 택한 적도 있었다.
배달음식 대신 채소요리 한 가지를 만들어 가족과 함께 먹은 일.
일어나자마자 의지력이 약해질까 속옷대신 운동복을 입고 출근길을 나섰던 일.
책을 보기 위해 집 근처 도서관으로 몸뚱이를 옮기고 책에 푹 파묻혀 있었던 일.
의지적으로 입을 다물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일.
아이를 낳고, 식구들을 챙기는 여러 가지 대소사들을 어른스럽게 감당해 냈던 일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어려운 일들을 해내며 튼튼해진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갔던 작은 선택들이 모여 그 강인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2026년, 어깨의 짐을 덜어내기보다는 너끈히 그 짐을 질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길 소망해 본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기대어도 되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