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뒷모습을 애써 바라보지 않았다.
오늘은 퇴사를 앞둔 선배의 송년회를 했다.
내가 입사를 했을 때 나를 봐오시던 이 분은 회사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던 힘없고 철없었던 시절의 내 모습을 봐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분이다. 신기하게도 정말 힘들 때 꼭 이 분을 찾아가서 고민 상담을 하곤 했다. 내 고민을 때론 냉정하게 또 때론 따뜻하게 상담해주시곤 했는데 그게 대부분 맞는 결론이었다. 나름 회사생활의 버팀목이 되는 몇 안 되는 사람인데 이제 회사를 떠난다니, 벌써 이 분이 그런 나이가 되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했다.
식사 자리에서도 그리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송별회라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응원의 편지와 작은 선물을 전달했을 뿐 평소와 다름없이 실없는 농담을 건네고, 운세를 보고,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렇지만 모인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제 이렇게 자주 만날 수가 없겠다는 것을.
선배는 회사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조금 쉬고 나서 준비해왔던 다른 일을 시작할 것이라는 말도 해 주었다. 쉽지 않은 길처럼 보였다. 응원하는 마음 한가득, 걱정하는 마음 한 스푼 정도였지만 걱정하는 마음을 나름 숨기고 응원의 말을 밝게 건넸다. 언제든 힘드시면 연락하시라는 말과 함께. 그 말은 진심이었다. 선배가 나를 위로해주고 토닥여준 말들이 진심이었듯이.
내일도 우린 아무 일 없는 듯이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때론 화내고 때론 위로하며 때론 웃으며 그렇게 매일매일을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따뜻한 온도는 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꼰대라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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