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그런 거였구나, 날 닮아그런 거구나

뜻하지 않은 발견

by 서이담

18분 경과

....

26분 경과

.....

45분 경과

.....

으으으으으 한 시간

.....


오늘 한 시간이 지나서야 퇴근을 했다.

갑작스레 잡힌 보고 일정 때문에 퇴근시간이 미뤄졌다.

하원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마음속이 종종거렸다.


보고가 끝나고 부리나케 짐을 싸다가

아이가 배가 고프겠다 싶어 바나나 두 개를 샀다.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과자를 다 골라서 계산대에 가다가

계산대 옆 코너에 있는 바나나를 발견하고는

그래도 이게 몸에 더 좋겠지 하며

다시 과자를 돌려놓고 바나나를 집어 드는 나는

그래도 엄마는 엄마인가 보다.


아이 어린이집에 달려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준비한 바나나 두 개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신기하다.

매일 하원길이 너무너무 괴로웠는데

오늘은 아이가 떼도 안 쓰고

너무 평화롭다.

퇴근이 늦어 종종거렸던 내 마음이 눈 녹듯 다 사라졌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얘가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하지?

평소랑 뭐가 달라졌지?


아.. 그랬다.

평소에는 내가 조용히 하라고 하고선 ABC 초콜릿 한 개 내지 두 개를 쥐어주었는데

오늘은 좀 배가 부를만한 바나나를 두 개 쥐어준 게 달라졌다.

그동안 이 아이는 배가 고파서 나에게 짜증을 내었던 것이다.


아... 알았다.

이 아이는 내 친아들이 맞다.

배고파서 짜증을 내는 나의 유전자가 이 아이에게 정확히 심어져 있었다.


피는 진하다.

배고픔처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냥이 아빠한테서배운 육아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