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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희 북노마드 Feb 06. 2020

일하기 싫은 날은 쉽니다

좋아서 혼자서



일하기 싫은 날은 쉽니다. 대신 운동을 합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1인 출판사 북노마드는 주4일 근무입니다. 금요일은 쉽니다. 







저녁엔 운동을 합니다. 헬스장을 찾습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근력 운동을 하고 스쿼트를 합니다. 하루 2시간, 가급적 매일,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하려 합니다. 아니,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마친 후의 성취감과 충실감을 사랑합니다. 


자주 걸으려 합니다. 날이 적당하면 조금 멀리 나갑니다. 트레킹을 합니다. 모두가 도시에서 일할 때 흙길을 걷습니다. 느릿느릿. 조금 거친 길을 오르내리면 인생의 결기가 생깁니다.

운동을 하면서부터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일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머리로 세상을 파악하지 않습니다. 몸을 쓰지 않고 오는 일의 결과를 믿지 않습니다. 운동은 탈언어적입니다. 운동은 숫자입니다. 각오만으로 몸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몸의 감각, 신체 감수성. 운동이 저에게 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나는 혼자 일한다. 덕분에 따로 출근하지 않는다. 축복이다. 아침이라는 소중한 시간에 번잡한 도시 속으로 몸을 욱여넣지 않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렇다고 늦잠은 금물. 잠에서 깨면 ‘브라운’ 탁상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싱크패드’ 노트북을 켠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구글 크롬’을 연다.


아침마다 도서 주문을 파악해서 전산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도매 서점과 지방 서점의 주문은 ‘오더피아’라는 주문 전송 센터에서 확인한다. 직접 거래하는 독립 서점은 이메일로 주문을 받는다. 그러면 파주에 있는 물류창고에서 전송 자료를 확인하고 서점에 책을 보낸다. 일의 시작이다.


밤사이 내가 만든 책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고마운 사람들. 주문이 넉넉한 날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주문이 빈곤한 날은 마음이 오그라든다. 물론 세상은 만만치 않아서 맘껏 편안한 날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나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일을 생각한다. 어제 놓친 일은 없는지 확인한다.

내일의 일을 살핀다. 한 주의 일을 점검한다. 해야 할 일을 적는다. 꼭 해야 하는가, 왜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다. 하지 않는다. 1인 출판사이지만 혼자서 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 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혼자 일하며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팀플레이’다. 


나에겐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프리랜서 네 명의 협력자가 함께한다. 든든한 사람들.우리는 카카오톡 단체채팅창으로 교류하며 책을 만든다. 제작 과정을 확인하고, 틀린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고, 제목과 부제, 표지 카피가 최선인지를 되묻는다. 나에게, 서로에게, 우리에게. 그들도 나처럼 집에서 일한다. 우리는 한 번도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세상.


혼자 일하며 같이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혼자 일하며 이기는 습관을 버렸다. 일을 지시하는 사람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해야 한다. 능력 있는 협력자들과 일의 과정을 점검하는 일, 그들의 재능과 지적 능력의 상호작용을 관리하는 일, 가장 어려운 일은 내가 직접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별의별 직업이 많다. 회사원, 아나운서, 프로듀서, 기자, 의사, 변호사, 회계사, 자영업, 교사, 공무원, 작가…… 세상은 직군과 직종을 구분한다. 수입에 따라, 평판에 따라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으로 나눈다. 하지만 직업은 기본적으로 신성한 것이다. 그 일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그 일로 세상이 모난 곳 없이 운행된다면 좋은 직업이다. 너무나 좋아해서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좋은 직업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지 않는 일이다. 좋은 일의 기준이다. 내가 출근하지 않는 이유다.


_ 『좋아서, 혼자서』 본문 중에서 



내가 되기 위해서 일하고 그 일을 통해 세상에 나아간다

선명하게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  윤동희. 그의 브런치에는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에 실린 본문 내용과 함께 원고에는 없는 윤동희만의 또다른 이야기가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함께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산문집 『 좋아서, 혼자서 』

YES24 : http://bit.ly/2ZC1W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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