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영 교수님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를 읽고
‘나의 해방일지’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생각하다가 ‘해방’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졌다. 네이버 어학사전을 검색해 보니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이었다. 나는 해방=탈출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저번 독서모임에서 해방의 일종으로 어떤 회원님이 ‘수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셨던 게 생각났다. ‘수용’함으로서 심적 억압이나 부담에서 벗어난다면 이것도 분명 ‘해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수용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지나영 교수님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이다. 사춘기 자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분인데 무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교수님이다.
유명 대학교수님의 이미지와는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소박한 웃음과 구수한 대구 사투리의 친근한 말투는 가까운 이웃 같은 느낌이다. 지나영 교수님은 심리치료를 위한 이론조차 이해하고 기억하기 쉽게 친근한 사물을 빗댄 연상작용을 활용하신다. 내가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자주 떠올리는 요법은 ‘수박요법’과 ‘하숙생요법’이다 .
겉모습만 보고는 수박 속을 알 수 없듯이 사람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지’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드는 여러 생각 중 좋은 쪽을 선택하면 화나는 일도 줄어들고 나의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 수박요법이다. ‘하숙생요법’은 사춘기 자녀는 우리 집에 거주하는 하숙생이려니 하고 말과 행동을 손님처럼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거다. 그 외에 밥 짓기 요법, 쌀가마니 요법, 호두까기 요법, 감자 요법 등 다양한 요법들이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어 있다.
나의 지나영 교수님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인한 기나긴 서론은 마치고 이분이 왜 ‘수용’의 진수를 보여주는지 지금부터 소개하겠다. 교수님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하고 성장하는 ‘본질 육아’ 운동을 펼치신다. 특히 유튜브에서 엄마들의 사연을 들으며 어려움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 또한 아이와의 행복한 사연을 들으면서 본인의 일인 양 환하게 웃어주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아이를 정말 낳고 싶었으나 5년간의 난임치료 끝에 결국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을 수용하셨다면서 다양한 사연의 엄마들에게 그래도 자녀가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위로를 한다. 자신이 자녀를 갖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한 것 것처럼 부모를 원했지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후원하면서 상처를 치료했다고 한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가진 사람들의 한가운데서 그들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도와주는 교수님의 넓은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려졌다.
두 번째는 자신의 단점의 수용이다. 이분은 성인이 되어 자신이 ‘ADHD’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준비물을 잊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지만 부모님은 혼내지 않고“두세 번은 와야 우리 나영이지” 하고 웃어주셨다고 한다. 이런 멋진 부모님을 만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통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 차를 주차했는지 기억하지 못해 지친 몸으로 20분 넘게 우왕좌왕하는 등 어설픈 부분이 많지만 특별히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잘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이 다를 뿐이라고 여기며 부족한 부분을 다른 방법으로 매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마지막은 몸이 아픈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교수님은 갑자기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몇 년을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완쾌되지는 못했다.
“나 역시 이제는 내 병을 이기고 완전히 다 나아서 예전의 일상을 되찾겠다는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그보다는 병으로 인해 달라진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순간순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살고자 한다. 인생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것이다. 지금 당장 힘들고 갑갑하고 아파서 서러울 때도 많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스스로가 뿌듯해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 ”
“병은 내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아 갔지만 그로 인해 완전히 일상을 멈춰야 했던 그 2년이란 시간을 이제는 슬프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대로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을 만큼 몸 상태가 엉망진창이 되고, 사고 능력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더 이상 정신과 의사로 일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과 마주해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곳을 더 뜻깊게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시야를 선물로 얻지 않았던가. 그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병을 앓기 전의 나보다 앓고 난 후의 내 모습을 더 사랑한다.“
- 마음이 흐르는 대로/지나 영 본문 중-
지나영 교수님은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완전히 나쁜 일 좋은 일 이렇게 양분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담점이 섞여있다고 한다. 단지 내가 어떤 면을 볼 수 있고 그것을 키워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나영 교수님의 파워 긍정 시각을 접하면서 나는 왜 저렇게 사는 것이 쉽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이 책에는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인디언 문화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두 마리 늑대'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 안에는 두 마리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 늑대는 화와 원망,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늑대고, 다른 한 마리는 희망과 사랑, 평화와 기쁨, 감사로 가득 찬 늑대지.
그러자 손자는 "그럼 두 마리 늑대가 싸우면 어느 늑대가 이기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기지.“
- 마음이 흐르는 대로/지나영 본문 중-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마음이 충돌하고 있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를 위해 지나영 교수님은 숨쉬기 요법과 명상을 강조한다. ‘해방’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해방하고 싶은 것을 수용하는 것 즉 마음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도 꽤 괜찮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