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슬럼프에 빠지다. (출간일기 20)
출판사에서 초고에 대해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셔서 7월 말부터 3주 정도 초고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6월 중순에 보낸 원고인데 한 달 만에 보니 왜 이리 허접해 보이는지 놀라웠다. 죽기 살기로 수정해서 보낸 글들도 한 달 후에 보면 얼마나 이상하려나 두렵다. 책을 출간한다는 데 의의를 두어야지 욕심을 부렸다가는 사람 죽는 꼴 보게 생겼다.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 약 한 달간 글로 머리를 쥐어짜다 보니 글쓰기가 싫어졌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기장에나 쓰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으나 이는 능력도 자신도 없었다.
블로그 이웃 누군가가 내 글이 솔직해서 좋다고 칭찬해 주셨던 게 생각났다.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더 솔직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쓰기 책에서도 자신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쓴 진실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여러 모습 중 좋은 면만 꺼내지는 것 같아 영 찝찝했다. 물론 내가 쓴 글들은 솔직한 것은 맞다. 결코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한순간에도 상충한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는 인간의 모순된 특성상 완전히 솔직해진다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의심스러웠다. 여러 모습 중 좋은 점을 발현시켜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는 가운데 좋은 생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사 일기 효과처럼) 나의 전체적인 것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글쓰기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쏟아내는 글에도 관심이 줄어들었다.
글이 나를 담아내는데 끝났다면 과연 글로서 가치가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웠다.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즘의 한 수단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었다.(그건 혼자 일기에 써도 된다.) 책 출간의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으나 글쓰기로 밥벌이나 의미 있는 돈벌이는 솔직히 불가능해 보인다. 돈이 안 벌리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려면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담 나의 노력이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대의를 품어야 하는데 지금 스스로도 이롭게 하기가 버거운 나에겐 불가능한 목표다. 나의 글은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뿐더러 내 모습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는 한계는 나의 글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왜 쓰는지 의심하게 했고, 글쓰기와 멀어지게 했다.
이런 쌉소리를 하는 건 초고 수정하는 3주 동안 힘들어진 일시적인 마음 상태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런 회의적인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글 쓰는 의미를 어떻게든 찾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거의 3주동안 초고쓰기에 매진하고 2주 정도 글쓰기를 쉬었으니 근 5주간 SNS 글쓰기를 안하고 다른 사람 글도 안 보니 새 소식도 거의 없고 잠잠했는데 갑자기 최근 이틀 동안 브런치 구독자가 3명이 생기고 모르는 분이 글이 재미있다며 앞으로 좋은 글을 부탁한다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고 단순한 게 그렇게 글쓰기 지겹다고 손도 안대 다가 이런 소소한 것들에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어쨌든 나는 글쓰기를 놓아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글쓰기 모임이라도 가입해서 슬럼프를 극복해야 할 것 같은데 출판사에서 원고 검토 중이라 언제 세부 수정에 들어갈지 모르는 스탠바이 상태라 뭔가를 시작하기도 애매하다. 대신 요즘 책을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읽은 책을 짧게라도 리뷰하면 좋겠지만 너무 귀찮다. 서평 쓰시는 분들의 부지런함과 열정이 참 부럽다.
그나 자나 내 책은 언제 출간될까? 그날이 오기는 올까? 나 같은 초보자가 책을 낸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