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에 졸속으로 신년 다짐 6가지를 꼽았었다. 글이 무서운 게 머리로 생각한 것과 달리 자꾸 생각나면서 조금이라도 지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6가지 다짐의 일주일 경과를 써보아야겠다.
1. 커피 안 먹기
12월 13일 과감히 단커피를 한 후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다. 대신 홍차 한 팩을 하루 종일 우려 마신다. 홍차에도 만만치 않은 카페인지 있는지라 눈을 뜨면 홍차라도 먹어야겠다는 의욕이 활활 타올랐고 카페인을 함유한 거무튀튀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야 심신의 안정을 찼았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홍차 전문가 선생님을 모시고 4회차 프로그램을 연적이 있다. 그때 홍차 애호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 다양한 맛의 홍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수업 내용을 다 까먹었지만 딱하나 홍차 카페인과 커피 카페인의 차이점만은 기억에 살아있다. 커피 카페인은 한 번에 강하게 작용하고 확 떨어지는 반면 홍차는 약하게 작용하면서 효과가 오래간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카페인을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온몸이 카페인을 향해 불타오르는 느낌이 줄어들고 아주 잔잔한 욕구만 남았다고나 할까? 딱 한 가지 단점을 꼽자면 자꾸 맛있는 홍차 맛에 눈을 뜨게 되고 그럴수록 지출의 압박이 올라간다는 것!
2.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 내려놓기(흉보지 않기)
교육 시간에 회의 기법에 대해 배웠는데 회의를 진행할 때 너무 분위기가 좋으면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의견을 내면 의견을 낸 본인이 업무 덤터기를 쓰는 분위기라던가 상사가 답정녀라 의견을 내봐야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거나 하는 다양한 문제가 숨어있다는 거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의견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수업을 들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갈등이 디폴트 값인데 나는 평화를 디폴트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이 아닐까? 직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닐까? 내 마음속에서 혼자 스멀스멀 일어나는 동료에 대한 불편함이나 미움조차도 표현 안 하려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내 얼굴에서 다 나타난다고는 한다. ㅋㅋㅋㅋㅋ)그 마음조차 없애기 위해 너무 애쓴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을 미워하려는 마음을 없애려고 한 것은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그런 것이지만 결국 실패하였고 그런 나 자신까지 원망하는 악순환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은 ‘평화’를 디폴트로 생각한 나의 오류에서 비롯한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에 혹시 아귀다툼 속으로 들어간다면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지금은 교육 중이라 누구 흉보고 할 것도 없지만 뭐 보려면 볼 수도 있지만, 일주일 동안 남의 험담 비슷한 것도 하지 않았다. 푸하하하 (집에서는 빼고.)
3. 쓸모없지만 하고 싶은 일 많이 하기
결국 ‘나’라는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게 ‘쓸모없지만 하고 싶은 일’ 일 텐데 자꾸 후 순위로 밀린다. 지금은 독서, 글쓰기, 낮잠, 멍 때리기, 차 마시기, 거실에서 누워서 하늘 보기 정도?
앞으로 더욱 분발해야 할 항목이다.
4.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당연시하지 않기
행복한 가정의 가장 큰 특징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라고 한다. 강사님은 예시로 주부가 남편이 월급봉투를 들고 오면 ‘월급 세리머니’를 하는 것을 예를 들었다. 집안일이 이렇게 힘들게 하는데 남편이 돈 버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고맙다고 생각하고 세리머니를 해주면 세상이 달라진다~~ 뭐 그런 거였다. 계좌이체 시대에 예시는 아주 올드했지만, 맥락만은 마음에 와닿았다. 가정뿐만 아니라 만사가 아주 작은 태도의 변화로부터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교육 오기 전에 힘들게만 느껴졌던 나의 직장도 누군가는 간절히 들어오고 싶은 자리 일 텐데... 직장 생활에서의 작은 태도의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
제발~~~ 일하기 싫은 병 6개월 동안 치료하고 싶다.
5.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도(미래 대비) 성실히 하기
승진 필기시험 온라인 강좌를 출퇴근 시간에 듣고 있다. 사실 작년부터 듣고 싶었는데 근무시간에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버스 안에서 도저히 들을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도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계속 강의를 듣고 있다. 생소한 법 과목이라 들어도 뭔 소린지 모르겠고 가끔은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듣자. 들을 수 있는 기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올해 7월에 시험 보는 데 만일 일하면서 공부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해내신 분들 정말 존경스럽다.
6. 건강 돌보기
새해에 야심 차게 만보기를 깔았다. 교육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지하철을 타니 자연스럽게 걷는 시간이 길어졌다. 연수원에서 올 때 셔틀을 안 타고 걸어오니 9,000보가 넘었다. 매일 8,000~10,000를 꾸준히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전에 쓴 글의 뒷이야기.
자기소개를 나만 못한 것 같아서 정말 수치스러웠는데, (듣는 사람들 표정이 ‘제 뭐지?’ 하는 아주 안 좋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나에게 와서 자기소개 잘했다고 말해주었고, 다른 누군가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말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이 나 맞냐고 말하면서 팔짱을 끼면서 호감을 표해 주었다. 똘아이 짓을 해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소수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기뻤다. 그리고 나의 느낌과 판단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는 나 자신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어야겠다. 착각이라면 어떠랴~~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