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연수생활

어떤 난관도 배우는 기쁨을 이길 수 없지~

by 라온써니

연수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세월 차~~암 빠르다.

처음 2주는 현업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구름 속을 둥둥 떠다니는 듯했으나 한 달 만에 지상으로 주저앉았다. 즉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거다. 협업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는 데 조금 익숙해졌다고 불평을 터뜨리다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도대체 어떤 점이 힘든 고 하면, 일단 하루 종일 교육받는 것 자체가 힘들다. 또한 머리 터질 일 도 많다. 조별로 과제를 해결하고 발표하는 것, 연구 보고서(논문 수준)을 위해 현장 조사를 나가야 하고 설문조사를 위해 지인을 동원해야 하고, 매뉴얼 개정 등 신경을 건드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은 집행 보고서 기획 첫 번째 시간이었다.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그룹핑 하는 능력이 기본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러 물건들을 제시하고 가장 신박하게 분류한 사람에게 커피 쿠폰 3장을 쏘신다고 하셨다. 발표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해서 나랑 상관없는 이일이라고 생각하고 멍하게 있다가 한 명 두 명 발표하는 데 내가 적은 것을 보니 이만하면 나도 발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스쳤고 이미 나의 손은 올라가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하는 데 “오~~~”라는 믿지 못할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고, “와~~ 신박하다. 나는 창의성이 없나 봐”라는 말도 희미하게 들렸다. 결국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은 내가 커피 쿠폰을 받았고 소심한 나는 몇 분간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스스로 발표를 하는 일도 드물지만 이런 반응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나는 순간 ‘내 안에 창조적인 어떤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과대망상까지 불러왔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데 나도 무슨 재능이 있지 않을까? 설마 없겠어?’라고 결론을 내었다. 내 안에 꽁꽁 숨어있어 나조차 모르는 나의 재능을 발견하여 가꾸어 보고 싶다는 희망찬 생각도 들었다. 연수를 안왔으면 절대 일어나질 일을 겪으며 오늘 나의 특이한 경험처럼, 다양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단 것을 세삼 느꼈다.


이후 조별 활동이 있었는데 서비스 개선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고객 소리함에 들어온 내용을 카테고리화해서 묶어보라고 하셨다. 나는 보자마자 ‘에이~이건 정답이 있지’하면서 나름대로 결론을 지었고 조원들과 상의해 보니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른 조 발표하는 것을 듣고 어찌나 신박한 방법들이 많은지 깜짝 놀랐다. 조원들과 함께 감탄을 거듭하였다. 당연히 정답이 하나라고 생각했던 신념이 흔들리면서 내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일들에 대해 내 마음대로 편향된 결론을 내렸을지 무서웠다.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머리로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경험으로 체화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또한 집행 보고서에는 상황 보고서, 회의 결과 보고서, 검토 보고서가 있고 각각에 대해 다양한 샘플을 제시해 주셨는데 내가 새로운 형식의 보고서 쓸 때마다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것을 회상하며 저렇게 다양한 샘플이 있으면 끼워 맞추기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역시 사람은 계속 배워야 한다.


빡빡한 연수는 쓴맛이지만 머리가 터지기 때문에 발전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배우면서 순간순간 깨우치는 맛이 기가막힌 꿀맛이라 오늘도 연수원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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