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선플러를 상상하며
시계를 본다. 11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나의 입에선 침이 고인다.
연수를 받는 하루 중 가장 생기가 도는 순간은 점심을 먹으러 갈 때다. 코로나가 터진 후 도서관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도시락 혹은 배달 음식으로 연명해 오다 연수를 와서 급식을 먹게 되니 마음에 꽃이 활짝 핀다.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메뉴를 확인하는데 ‘탕수육’을 보고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 나는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었다. 탕수육은 밀가루로 만든 것 같지만 중국집 탕수육은 100% 전분을 사용하고 떡볶이집 탕수육은 밀가루를 섞기도 한다.
예전에 휴게소에서 떡볶이가 쌀로 만든 거냐고 물어봤다가 파시는 분에게 까다롭다고 면박당한 후로는 의심스러운 음식은 그냥 안 물어보고 포기하는 편이다.
연수생 명찰이 식권 대신이라 식당으로 들어서면 확인하는 영양사가 계시는데 망설이다가 큰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저어.... 혹시 탕수육에 밀가루 들어갔나요? 제가 알러지가 있어서요”
“안타깝지만 밀가루가 살짝 섞여 있어요.”
“아~~네”
밥을 뜨고 김치를 뜨며 탕수육 코너가 가까워질수록 속상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탕수육을 눈을 질끔 감고 지나치려는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잠시만요. 제가 주방에 확인해 봤는데 밀가루 거의 안 섞었데요.”
항상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인데, 이런 친절까지 베풀어 주시다니!! 밀가루 알러지로 인해 평소 마음의 상처가 많은 나는 사소해 보이는 친절도 잊지 못할 은혜가 된다.
이후 영양사를 뵐 때마다
“여기 음식이 다 맛있어요. 점심시간이 되면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연수원을 밥 때문에 온다니까요. 영양사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라는 말은 속으로만 삼킨 채 부끄러운 얼굴로 살포시 미소만 건넨다.
가끔 영양사의 얼굴에 피로가 묻어 있는데 연수원생 중에는 밥이 입에 안 맞는다는 분도 있어 혹시 다양한 사람의 입맛을 맞추기가 힘드신가? 아님 여러 명의 조리사분들과 많은 음식을 요리하기가 버거우신 걸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영양사가 시무룩해 있으면 나 같은 열혈 팬이 있으니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전에 연예인 악플 관련해서 선플러들은 다 숨어있는데 악플러들만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서 상처가 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분명 나같이 음식에 행복해하는 사람은 숨어있고 불평인 사람들만 표현하겠지. 특히 높은 분 중에 입맛에 안 맞는 분들은 더 간섭하겠지. ’
도서관에서도 고맙다고 하시는 분보다 불만을 표현하는 분들이 월등히 많다. 그래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데 곳곳에 마음의 선플러들이 숨어있음을 기억하며 일의 의미를 찾아야겠다. 설사 없더라도 그냥 있다손 치고 상상으로라도 보람을 느끼면, 선순환되어 결국 선플러가 생기지 않을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