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지옥 같은 직장에서 탈출했다.
‘재테크를 더 해야 하나~’, ‘조금씩 부업을 시작해야 하나~’
다들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나도 연금 복권만 되면 당장 빠이빠이 하고 싶다.
지옥에서 탈출한 천국 같은 연수 생활도 한 달 되니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현업에 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만 나름 고충이 생긴다. 분임 과제가 많다 보니 화합이 안 되는 분임도 있는 듯하다. 현업에 있을 때는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아팠다면 지금은 살짝 두통이 있는 정도라고 할까? 큰 아픔이 사라질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았지만 작은 두통도 지속되면 힘들다.
코로나로 인해 일주일 동안 줌으로 수업을 한다는 소식에 연수생들은 환호성을 질렀었다. 그런데 막상 줌 수업을 마친 후 다시 연수원에 나오니 다들 살 것 같다고 한다. 줌 화면에 얼굴을 들이대며 하루 종일 수업을 하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일주일 만에 햇빛 본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출퇴근에 안 시달리는 등 장점도 많지만 생각지 못한 단점이 튀어나온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도 밝은 면 뒤에는 그림자가 있나 보다. 연수생들은 일주일은 나오고 일주일은 줌수업 이렇게 번갈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잘생기고 무심한 남자랑 못생기고 자상한 남자랑(잘생기고 자상한 남자는 별로 없으니, 있어도 나를 안 좋아함.) 일주일씩 번갈아 만나겠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인데 선택 후에는 좋은 건 익숙해지면 당연한 게 되고 안 좋은 점만 계속 부각되는 게 문제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의 직장에 좋은 점은 익숙해져서 서서히 사라지고 소가 되새김질하듯 부정적인 측면만 곱씹어오다 작은 두통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의 큰 고통으로 키워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가 부러웠는데 막상 한 달만 하면 힘들어 나자빠질지도 모른다.
줌 수업한다는 소식에 웬 떡이냐며 좋아서 침 질질 흘렸는데 막상 일주일 해보니 딱 거기까지는 좋은데 일주일만 더하면 나 같은 사람은 폐인 될 듯싶었다. 거기다가 수입도 일정치 않다면 나에겐 진정한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뭐든 해보지 않고는 그 속에 뭐가 있는 줄 모른다.
'일의 격'이라는 책에서는 주식으로 때돈을 벌고도 돈을 향한 욕심을 자제하고 워라벨을 위해 직장생활 선택한 사람이 나온다. (회사를 안다니면 개인시간이 많을 것 같아도 오로지 주식만 보게되어 욕심이 더 생긴다고 한다.)어쨌든 뭘 해도 고통이 있으니 내가 선택하여 내게 주어진 고통을 내 것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 숨겨진 좋은 점도 더 잘 보이지 않을까?
쓰다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6개월 뒤 복직이 너무 두려워 힘든 직장 생활을 정신승리로 미화하려는 처절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도망가는 방향으로 애쓰기보다는 어떻게든 붙잡고 이쁜 점을 찾아내고 싶어 하는 걸 보면 그 밑바닥에는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설마 애정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