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반중감정이 아닌 팩트 중심으로 냉정하게 중국을 바라봐야.
중국은 퇴보하는가?
최근 중국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급작스런 알리바바 앤츠 파이낸셜 상장 취소, 석 달간 마윈의 '실종'까지만 해도 개인의 공산당 비판에 대한 '응징' 수준으로 보였다. 하지만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라 텐센트, 디디추싱, 핀둬둬 등 이른바 빅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며 이것이 일회성 사건이 아님이 밝혀졌다.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고 청소년 온라인 게임을 금, 토, 일 하루에 1시간으로 제한했다. 2006년 매출 규모로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한 마카오는 지금 떨고 있다. 중국의 규제 정책이 마카오 도박 산업 규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카오에서 영업 중인 카지노 업체 6곳의 면허는 내년 6월 종료된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들이 쏟아진다.
중국은 정말 역사를 거꾸로 가고 있는가?
공동부유론
이 모든 변화는 공동부유 이 네 글자로 요약된다. 빅 테크 기업의 부의 재분배, 빈부격차와 교육격차의 연결고리를 끊고 '건전한' 사회 문화를 조성하여는 시도. 모두 '다같이 부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공동부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덩사오핑의 개혁개방 사상과 발전전략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덩샤오핑은 1987년 국가 발전 전략을 '원바오 - 샤오캉 - 다퉁'의 3단계로 설명했다.
1. 원바오(温饱) : '등 따시고 배부른'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단계
2. 샤오캉(小康) : 기본적인 복지가 갖추어진 단계
3. 다퉁(大同) : 모두가 잘 사는 사회
마오쩌둥은 미래 비전으로 다퉁 사회를 언급했지만 실용주의자인 덩샤오핑은 그게 너무 멀다고 생각했는지 샤오캉 단계를 중간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먼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선부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이상 사회로 다퉁 사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1985년 전국과학기술공작회의에서 "사회주의의 목표는 전국 인민의 공동부유이지, 양극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동부유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기록이다. 시진핑은 2021년 이 표현을 다시 꺼내 들었을 뿐이다.
산업화(개발독재)-민주화-선진화 단계로 발전한 대한민국 사람 눈에 지금 중국은 역사를 거꾸로 가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중국인의 입장은 다르다. 지금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은 덩샤오핑이 34년 전 정의한 국가 발전 전략의 실행일 뿐이다.
2021년 7월 '샤오캉 사회 완성 선언'의 의미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 대회에서 시진핑은 "우리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건설했다"라고 선언했다. 당시 이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동부유론이 나온 지금에야 '샤오강 사회 완성'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두 번째 샤오캉 사회 건설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제 다음 단계인 다퉁 사회로 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공동부유이다.
지지율 93%의 정부
공동부유를 강화를 이유로 사회 통제를 강화하면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리는 참 중국을 잘 모른다. 중국인의 중앙정부 지지율은 2016년 기준으로 93%이다. (현재는 95% 수준으로 추정된다) 조작된 중국 통계 아니냐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우리는 '통제'로 부르지만 중국인은 '사회안정'으로 읽는다.
AUKUS 등 바이든과 서방세계의 반중연합체 결성 및 중국에 대한 압박은 중국 정치인들에게 대형 호재이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이에 대항하는 당당한 중국, 이를 이끄는 지도자 시진핑의 입지는 강화된다. 미국의 압박은 아이러니하게 중국공산당의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한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지지율을 더 높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국 선전기관은 오늘도 열일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영화 장진호 전투 흥행이 대단한데 이는 중앙선전부가 주축이 돼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 속에 한국전쟁 당사자인 남북한은 없고 오직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군 영웅담만 있을 뿐이다. 중국 정부의 의도래도 중국인들은 이에 열광하고 있다. 중국 시민들이 '정부에 통제'에 불만을 가지고 당과 정부에 반기를 들 일을 없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선. 현직 대통령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초반 불리했던 클린턴은 구호 하나로 불리한 판세를 뒤집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중국 언론은 당의 엄격한 지도를 받는다. 정전으로 생활이 불편해도 비판의 대상이 쉽사리 정부를 향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과 정부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 그냥 이해하고 넘어간다. 적어도 정치, 여론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효과이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앞서다 보면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IMF 위기는 김영삼-김대중 정권교체기에 발생했다. 위기를 경고하는 많은 보고서가 작성되었지만 지도층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도 시장경제 논리보다 정치적 목적이 우선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의 헝다 사태가 발생했다. 알리바바는 18조 원, 텐센트는 9조 원, 샤오미는 2.5조 원 기부를 약속했다. 자금이 혁신을 위한 투자보다 사회환원에 우선 쓰인다.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전체 성장률 하락도 예상되는데 이는 고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관건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고, 그리고 그것이 중국공산당이 통제 가능한 문제인가이다. 중국공산당은 우리 생각 이상의 엘리트 통치 집단이다. 지금 중국공산당과 1960년대 말도 안되는 대약진 운동을 펼쳤던 중국공산당은 다르다. 공산당은 여러 문제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적절히 조정, 조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특색사회주의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처음 가고 있기에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부가 관리 불가하기 때문에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배웠다. 중국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확실한 것은 좋든 싫든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 함께 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의 권력, 권한은 더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어설픈 반중감정으로 중국이 잘못되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정신 똑바로 차고 현실을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능하다면 재빨리 기회를 잡아 국부를 늘려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참조
- '샤오캉'만 5번 언급한 리커창 ..흔들리는 中 100년의 꿈
- 全面建成小康社会
- "중국인, 정부 지지도 갈수록 높아져…하버드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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