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창당 100주년 기념사
두 개의 백 년
중국이 주장하는 두 개의 백 년(两个一百年)이 있다. 하나는 2021년, 즉 올해인 창당 100주년이다. 또 하나는 2049년인 건국 100주년이다.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 개방을 시작하며 개혁, 개방은 앞으로 백 년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발전 단계를 1. 원바오, 2. 샤오캉, 3. 다퉁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원바오(温饱)는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회, 특히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 욕구가 만족되는 사회이다. 두 번째는 샤오캉(小康)은 모든 국민의 평안하고 풍족한, 이른바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하는 사회를 말한다. 마지막 다퉁(大同)은 중국몽, 즉 중화민족 부흥의 꿈이 이루어지는 시대를 말한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우뚝 서는 그런 시대를 말이다. 직접적인 표현은 안하지만 내심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국가가 되는 꿈이다. (유교 경전을 따른 천하가 한집처럼 조화로운 유토피아 같은 사회, 대동 사회와는 다소 다른 뜻이다)
올해 2021년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시진핑 당 총서기는 7월 1일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연설을 했다. 중국에 이미 '샤오캉' 시대가 도래했으며 앞으로 제2의 백 년의 목표(다퉁)를 달성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임을 다짐했다. 중국 역사에서 덩샤오핑은 아직 살아 있다.
시진핑의 연설 ① '외부세력'에 대한 메시지
시진핑의 연설의 중국어 전문, 한국어 요약이 중국 정부 웹사이트, 인민망 한국어판에 있다. 한 시간이 넘는 시진핑의 연설 중 주목할 부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외국의 '개입과 도전'에 대한 반대에 대한 내용이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표현이 놀랍다.
中国人民也绝不允许任何外来势力欺负、压迫、奴役我们，谁妄想这样干，必将在14亿多中国人民用血肉筑成的钢铁长城面前碰得头破血流！
중국 인민은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고 노예로 부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망상을 하는 사람은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만든 강철 장성 앞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다.
중국 인민을 노예로 부리려는(奴役), 망상(妄想)을 한다면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头破血流)이라 한다. 头破血流란 표현은 서유기에 나오는 표현으로 손오공이 말 안 듣는 도사의 머리를 때렸는데, 어찌나 세게 때렸는데 머리가 깨져 피가 주르륵 났다고 한 부분에서 만들어진 고사성어라고 한다.
이 표현은 중국에 '개입'하려는 외국 세력에 대한 경고하기 위한 외부용일까, 아니면 중국 국민의 애국주의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내부용일까? 미국 및 서방세력이 이런 대중 퍼포먼스에 겁을 잔뜩 먹어 전략을 수정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 국민에게 중국 내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외국 세력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즉각적인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활동이 활발한 중국 10대 소분홍(小粉红)들은 매번 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의 메시지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한때 국가적 영웅이었던 마윈이 '잘못된 발언' 하나로 역적이 되어 인터넷에서 뭇매를 맞는 모습은 우리에게 놀랍다.
② 홍콩에 대한 메시지
두 번째로 홍콩에 대한 메시지이다. 홍콩에 대해서는 자치권을 우선 언급했지만 중앙의 전면적인 통치권, 국가보안법의 집행을 더 강조하며 홍콩인의 '민주화 요구'에 대하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1987년 민주항쟁을 거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문제는 '민주화와 독재의 싸움'으로 해석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국가 분열 세력과 사회 안정 간의 싸움'으로 해석한다. 중국 대륙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
我们要全面准确贯彻“一国两制”、“港人治港”、“澳人治澳”、高度自治的方针，落实中央对香港、澳门特别行政区全面管治权，落实特别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维护国家主权、安全、发展利益，维护特别行政区社会大局稳定，保持香港、澳门长期繁荣稳定。
우리는 전면적으로 "일국양제", 홍콩, 마카오 고도자치의 방침을 정확하게 관철해야 하며, 중앙의 홍콩, 마카오 특별행정구에 대한 전면적인 통치권을 실현하고, 특별행정구 국가 안전을 수호하는 법률 제도와 집행을 실현하며, 국가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특별행정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정을 수호하며, 홍콩, 마카오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③ 대만에 대한 메시지
마지막으로 대만에 대한 메시지이다. 홍콩에 강압적인 메시지를 던질수록 대만 사람들의 마음은 중국으로부터 더 멀어진다. 대만 사람들은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결론은 간단하다. 더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이다.
解决台湾问题、实现祖国完全统一，是中国共产党矢志不渝的历史任务，是全体中华儿女的共同愿望。要坚持一个中国原则和“九二共识”，推进祖国和平统一进程。包括两岸同胞在内的所有中华儿女，要和衷共济、团结向前，坚决粉碎任何“台独”图谋，共创民族复兴美好未来。任何人都不要低估中国人民捍卫国家主权和领土完整的坚强决心、坚定意志、强大能力！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을 완전히 통일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변함없는 역사적 과업이며, 모든 중화 자녀들의 공통된 염원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감대를 견지하며 조국평화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 양안 동포를 포함한 모든 포함해 중화와 딸 낳고, 앞으로 총단결을 여는데 도움을 받게 된 “대만 독립”을 단호히 분쇄한다 민족 부흥을 도모할 좋은 미래를 같이 하고 있다.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은 결심, 굳은 의지, 강대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92공감대, 또는 92공식(九二共识)은 1992년 '하나의 중국 합의'를 말한다. 1992년 11월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이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一中各表)하기로 하였다. 현재 중국은 '하나의 중국'은 대만이 중국에 속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고, 대만 국민당은 중국도 대만도 하나의 중국에 공통으로 속한다고 해석하며, 현재 대만 총통인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총통은 92공식 자체를 인정 안 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92공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으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할 것임을 언급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연설에서 무력 사용에 대한 직접적이 표현이 없고 강대한 능력(强大能力) 정도로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그나마 수위를 낮췄다고 볼 수 있다. 매번 중국이 대만을 압박할 때마다 대만 국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진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변한 건 없다
결과적으로 변한 건 없다. 중국 정치에서 가장 놀라운 면은 정말 변하지 않는 '일관성'이다. 여당, 야당 정권이 바뀌지 않으니 전임자, 그전 전임자의 정책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덩샤오핑의 샤오캉 발언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놀랍다. 내용이 같아도 이전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이라면 어떻게든 이름이라도 바꾸려는 '선거 민주주의 국가'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외부의 민주, 인권 이슈 제기, 홍콩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한 것은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더 강경해졌다는 사실 뿐이다.
격한 대립은 당과 정부에 불리하지 않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진핑 당 총서기는 이전 선배 지도자의 도광양회, 화평굴기의 길을 떠나 보다 직접적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언급하며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덩샤오핑은 1997년 '향후 50년간은 섣불리 나서지 말고 조용히 힘을 키우라'고 유언을 남겼다. 기대 이상의 경제 발전 때문인지 시진핑은 선배 지도자의 가이드를 다소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미국과의 대립이 심해진다고 하여 이것이 절대 중국 공산당, 중국 정부에게 불리하지 않다. 외부 세력에 맞서는 당당한 지도자의 모습,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로 현재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더 많은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 1위 국가와 경쟁이 격화될 수록 '우리 중국은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자연스레 다다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비판에 '당당히' 대응하는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는 뜨겁다. 외부 세력과 갈등이 격화될 수록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권력 기반은 더욱 공고해진다. 미국과 서방세력은 '민주와 인권 vs. 독재정권'의 틀로 중국을 해석하려 하지만, 중국은 '치욕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당당한 지도자 vs. 부당하게 중국 내정 간접하는 외세'로 현재를 읽고 싶어 한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해주 듯,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중국 공산당의 권력 기반을 더 공고히 해주고 있다.
참조
-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시진핑 주석이 전한 초심과 결심,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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