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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Feb 27. 2022

D+49 중국의 '빅브라더'

공포감과 안정감 사이

이게 뭐지?


길을 가다 화들짝 놀란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큰 전광판이 있다.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보행한 사람의 사진, 성, 신분증 번호 일부가 공개된다. 무섭다.  


빅브라더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인물이다.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를 뜻하지만 우리에게는 '사회 감시자'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소설에서 전광판에 숨어 있는 카메라들이 사람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행동뿐만이 아니라 감정까지도 모니터링하는데 예를 들어 독재자를 찬양하는 선전 문구를 듣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사람을 가려내는 식이다. 소설 속 사람들은 빅브라더의 감시 속에 철저히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  


고속철 방송


중국 고속철을 타면 매번 정차할 때마다 "무임승차하지 마시오",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 "정숙하시오" 방송이 나온다. 사회 기본질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당신의 신용점수를 깎을 수 있다"는 위협적인 멘트도 나온다. 중국 직원은 사회 신용점수가 낮을 경우 고속철을 못 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사회신용점수


중국의 사회신용점수에는 사회성실체계(社会诚信体系)라는게 있다. 예를 들어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감점, 여행 중 소란한 행위를 하면 감점, 사회적으로 남을 돕는 의로운 행동을 하면 가점이 되는 방식이다. 대출을 위한 금융 관련 신용점수만 있는 한국과 다르다.  


찾아보니 자료가 있다. 2019년 6월 발전개혁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신용점수가 낮아 비행기 표를 사지 못한 사람은 2682만 명, 기차표를 사지 못한 사람은 596만 명이라고 한다. 사회신용점수는 일반 시민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문명 캠페인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의 '비매너'가 문제가 됐는데 중국 정부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 방송, 길거리에서 '문명文明 행동'을 하자는 선전 문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새치기를 하지 않고, 침을 아무 데나 뱉지 않고, 운전할 때 하이빔을 켜지 말자고 한다. 사회 에티켓 지키기 운동이다. 사회신용점수도 이런 '문명 캠페인'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공포감 vs. 안정감


중국에서 이런 강력한 통제 도구를 봤을 때 우리는 우선 빅브라더를 떠올리며 공포감, 더 나가서는 반감을 느끼지만 정작 중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많으니 관리가 어렵고, 관리를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을 해버린다.  


외부에서 아무리 중국은 '자유가 없는 통제국가'라고 비판해도 정작 중국 사람들의 정부 지지도는 93%로 높다. '자신의 국가가 얼마나 민주적인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중국 국민들은 10점 만점에 7.13점을 주었고, 한국 사람들은 6.88점을 주었다. 


빅데이터 수집, AI 분석, 안면인식 등 한국은 기술이 있어도 개인정보, 인권 및 자유 침해 문제로 이런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다. 중국은 이런 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보다 고도화된 사회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공원 한가운데 세워진 공안 차를 보고 나는 감시당한다는 불편감을 느꼈고, 내 옆의 중국 직원은 공안이 우리를 잘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평안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인식 차이는 앞으로도 줄어들 가망이 없어 보인다. 



참고

 - 사회신용체계(중문)

 - 사회신용제도(블로그)

 - 주요 14개국 73% 중국 비호감이라는데 중국인은 93% 정부 만족, 왜?

 - 韓보다 민주적이라 믿는다…'천안문 30년' 中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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