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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Feb 20. 2022

D+42 중국어, 한국어/영어와 비교

우리에게 가깝기도, 멀기도 한 중국어 

해외에 가면 처음 맞닥뜨리는 두 가지 도전이 있다. 하나는 언어, 또 하나는 음식이다. 중국에 빨리 적응하려면 당연히 중국어를 빨리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중국어는 가깝기도, 멀기도 한 언어이다. 한국 사람에게 중국어는 한자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문법, 발음 체계는 또 완전히 달라 어렵게 느껴진다. 중국어는 한국어와 또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영어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문자


한국어, 영어 : 표음문자 
중국어(한자) : 표의문자 


한자. 중국어 학습의 첫번째 장애물이다. 일단 글자가 많다. 한국어는 기본 자음과 모음 24자, 영어는 알파벳 26자를 알면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중국어 한자는 한 단어가 고유의 음과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어 자전(字典, 글자 사전)에 등록된 글자는 대략 5만여 개가 있고, 대학생들은 대략 1-2만여 개를 안다고 한다.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3-5000여 개 글자를 알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3000개 글자도 외국인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 글자들이 외우기 쉬운 것도 아니다. 한국 사람은 그래도 한자라고 인식을 하지만 한자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서양인 同学들은 한자를 '그림(picture)'이라 부른다. 1949년 신중국 선언 이후 중국 공산당은 과감히 문자 개혁을 하여 간체자를 도입했다. 간체자는 대부분 한쪽은 음, 다른 한쪽은 뜻을 나타내는 형성 문자 원칙을 따르고 있어 그나마 외우기가 수월하다. 그래도 외국인에게 수많은 글자는 여전히 부담이다. 글자에 소리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모르는 한자를 만나면 음으로 찾을 방법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필기 인식이 가능해진 지금에야 '그림'을 그리며 음과 뜻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음의 높낮이 : 억양과 성조


한국어, 영어 : 억양이 있다 
중국어 : 성조가 있다


한국인에게 중국어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한국어에 없는 성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에는 1성, 2성, 3성, 4성, 경성 이렇게 다섯 개의 성조가 있다. 


1성 : "밥 먹어~"와 같이 같은 음 유지
2성 : "어? 이상한데", '어'와 같이 음이 중간음에서 살짝 올라감
3성 : "아~ 그렇구나", '아'와 같이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올라감
4성 : (군대에서) "네, 알겠습니다", '네'와 같이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떨어짐
경성 : 성조가 없음 (주로 단어의 마지막 음)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면 한국어에도 성조와 비슷한 억양이 있다. 하지만 중국어 성조와 한국어 억양이 다른 점은 중국어에서는 성조가 다르면 다른 글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옌징(yang 3성, jing 1성)은 눈Eye라는 뜻이고, 옌징(yang 3성, jing 4성)은 안경glass라는 뜻이다. 성조가 달라진다고 다른 뜻이 된다고? 사실이다. 표의문자를 사용하는 중국인은 성조가 달라지면 다른 글자를 머리 속에 떠올린다.   


어미의 변화


한국어, 영어 : 변화가 있다 
중국어 : 변화가 없다 


중국어에 가장 큰 특징은 한국어, 영어와 같이 동사, 형용사 어미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정해진 글자는 변하지 않는다. 그 글자가 명사로 쓰이던, 형용사로 쓰이던 상관없다. 예를 들어 牛(니오우, 소 우)는 '소'라는 명사가 되기도 하고 '고집이 세다', 요새 유행하는 뜻으로는 '대단하다'는 형용사로 쓰이기도 한다. 용법이 다르다고 글자가 달라지지 않는다. 领导(링다오, 영도)라는 글자는 리더라는 명사로, 지도하다(영도하다)라는 동사로도 쓰인다. 어찌 쓰이건 글자와 음은 같다. 용법에 따라 음은 변하지 않지만 성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数(슈, 숫자 수)의 경우 '숫자'라는 뜻일 경우 shu, 4성으로 읽고 '숫자를 세다'라는 동사일 때는 shu, 3성으로 읽는다. 쓰임에 따라 성조를 다르게 읽을 줄 안다면 중국인에게 "중국어 쫌 하네" 인정받을 수 있다. 

 

시제


한국어, 영어 : 시제가 있다 
중국어 : 시제가 없다 


사실이다. 중국어에는 시제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동사, 형용사가 시제에 따라서 글자나 음이 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어미변화가 없다는 중국어 특징의 연장선상에 있다. 밥을 먹는다(吃饭)고 하면 지금 먹는지, 어제 먹었는지, 앞으로 먹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제 밥을 먹었다(昨天吃饭), 지금 밥을 먹는다(现在吃饭), 내일 밥을 먹을 것이다(明天要吃饭)와 같이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를 같이 써주어야 시간를 나타낼 수 있다. 


간혹 중국어 단어 了(러)가 과거형을 나타낸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혼동하면 안 된다. 了는 변화와 완료를 나타내는 결과보어이지 과거 시제 표현이 아니다. 예를 들어 吃饭了를 '밥을 먹었다'라고 번역한다고 了가 과거형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기서 了는 '밥을 안 먹은 상태'에서 '밥은 다 먹은 상태'로 변한 것을 표현한 말이지 과거형을 뜻하지 않는다. 나는 어제 병원을 갔다(我昨天去医院) 같은 표현은 과거형이지만 了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순


한국어 : 주목술
중국어, 영어 : 주술목


어순 관련 중국어 어법(문법)은 영어와 비슷하다. 이런 결정적인 문법 차이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태생이 다른 어족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 거리는 가깝지만 왠지 언어 구조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어와 문법이 상당히 유사한 일본어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나는(주어) 사과를(목적어) 먹는다(술어)"로 표현하다. 중국어는 "我(나, 주어)吃(먹는다, 술어)苹果(사과, 목적어)"로 영어 "I(주어) eat(술어) apples(목적어)"와 어순이 같다. 


하지만 중국어 어법은 생각보다 자유롭다. 영어로 "Apples I ate"라는 표현을 듣기는 어렵지만("Apples? I ate them all"과 같이 최소한 지시대명사가 필요하다) 중국어에서 苹果我吃了와 같이 목적을 앞으로 당긴 '도치문'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중국어에서 '把'라는 개사를 사용하면 목적어를 공식적으로 앞으로 당겨 한국어와 같은 주목술 구조 문장을 만들 수도 있다. 목적어가 길어지면 주목술 구조 문장 더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제 아빠와 함께 시장에서 함께 산 사과를 내가 먹어 버렸다"는 표현을 "我(주어)把昨天和爸爸一起在市场买的苹果(목적어)吃掉了(술어)"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중국어 어법은 생각보다 자유롭다. 


의문문


한국어 : 억양을 통해 
영어 : 조동사나 도치를 통해 
중국어 : 어기조사를 사용한다. 


외국사람들이 보기에 한국 의문문은 특이하다. "밥 먹었어"가 끝이 내려가면 평서문, 끝이 올라가면 의문문이 된다. 이런 차이는 물음표(?)를 넣어야 글자로 완벽히 표현된다. 영어는 "Did you have lunch", "Are you a student"와 같이 조동사나 도치를 통해 의문문을 만든다. 


중국어 의문문은 간단하다. 끝에 吗와 같은 어기조사를 붙이면 된다. "你吃饭了吗?"와 같이, 밥을 먹었다는 평서문에 '吗' 한 글자를 추가하면 의문문이 된다. "现在几点?"(지금 몇 시야)와 같이 의문수사 几(몇)가 있으면 吗를 안 붙여도 의문문이 된다. "现在几点吗?"와 같이 의문문을 '두 배'로 만들면 중국 사람들은 "외국인이구나" 단박에 알아차린다. 아, 참고로 중국은 워낙 크기에 성조나 억양이 다르면 외국인이 아닌 외지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중의문문'과 같이 기본적인 실수를 하면 당신이 외국인임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다양한 뉘앙스 표현


한국어 : 단어 변화 
영어 : 전치사
중국어 : 보어 


한국어에서는 "빨갛다, 새빨갛다, 벌겋다, 불그스름하다" 등등 같은 빨간색도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여 여러 뉘앙스를 표현할 수 있다. 영어는 in, on, at, up, dowm 등등 여러 전치사를 동사와 결합하여 다양한 표현을 만든다. 


중국어는 글자가 변하지 않으니 동사나 형용사 뒤에 붙이는 보어를 통해 뉘앙스의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살 수 없다"라는 표현에 买不起, 买不到, 买不了 세 가지가 있는데 의미가 약간씩 다르다. 买不起는 起(치, 일어날 기)를 결과보어로 쓰며 "돈이 없어 못 산다"는 뜻이다. 买不到(따오, 이를 도)는 매장에 물건이 다 팔려서 "물건이 없어서 살 수 없다"는 뜻이다. 买不了(랴오, 어조사 료)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할 수 없다"라는 뜻에서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앞의 두 예와 같이 돈이 없어서 아니면 물건이 없어서 못 살 수도 있고 月球买不了(달은 살 수 없다)와 같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말하기도 한다. 중국어를 잘 하려면 보어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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